도민들의 부푼 기대치 확 떨어트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충남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안면도 관광지 개발이 순탄치 않다. 그동안 될 듯 될 듯 하다가 무산된 게 안면도 개발이다.

이번에도 개발사업자인 (주)KPIH안면도가 수차례 약속을 어기면서 도민들의 부풀었던 기대치를 확 떨어 트렸다. 이번 만큼은 설마 했는데 역시나 하는 한탄이 충남도청 안팎에서도 흘러 나오고 있다. KPIH안면도와 협약 자체가 해지된 건 아니지만 이미 신뢰는 금이 갔다.

안면도 개발사업은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 2000년 12월 알나스르사와 투자협약, 지난 2006년 12월 인터퍼시픽 컨소시엄과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16년 7월 롯데 컨소시엄과 양해각서 체결 등 모두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는 투자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의 무리한 요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대외적인 경제 환경, 안면도의 지리적인 단점 등 투자여건이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는 이번에는 4전 5기의 심정으로 사업에 임했던 것 같다. 도청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본전인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 30년 동안 실패했는데 긁어 부스럼 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도는 이런 저런 부담을 안고 투자유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민간 사업자와 수없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본계약까지 이끌어 낸 것만 해도 대단하다. 도가 지난 1989년 7월 안면도 관광지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꼭 30년 3개월 만이다.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지만 두려워 하지 않고 발로 뛴 결과다. 반대론자의 시선에도 불구, 성공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사심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

충남도의 이 같은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광레저업을 하는 대기업들도 모두 공모를 외면했는데, 실적이 전혀 없는 KPIH안면도 한 곳만 응모한 사실부터 의아하다. 처음부터 충남도 입장에서는 더 나은 업체를 고르고 선택할 여지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업체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한 측면은 없는지, 공모 조건에 맞으니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개발사업자가 본계약 후 1개월 내 100억 원, 1년 내 추가로 100억 원을 납부하도록 한 것 까지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는 본계약을 체결한 사업자가 중도에 포기하고 발을 빼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100억의 기대`는 한달도 안돼 물거품이 되고 있다. KPIH안면도는 계약 후 한달 내 납부하기로 한 투자이행보증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 대체할 사업자가 없다 보니 보증금 납부기한은 고무줄이 됐다. 첫 보증금 납부 기한은 연기됐고, 금액도 10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제서야 사업자가 100억 원 중 10억 원을 납부했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지각 납부한 10억 원으로 투자이행을 담보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런 와중에 KPIH안면도가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안면도 개발에 아무도 투자하지 않고 있는데 본인들이 투자하려 하니 충남도 입장에서는 고마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KPIH안면도는 과거 안면도 개발을 중도 포기했던 이전의 업체들 보다 더 나을게 없다. 회사는 안면도 개발을 위해 급조했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업적도 없다. 모회사인 KPIH도 유성복합터미널개발과 관련해 이행보증금을 지각납부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도 KPIH안면도는 이번에는 믿어달라는 식이다. 아무 근거없는 과도한 자신감은 아닌지. 두 번이나 약속을 어긴 양치기 소년의 말을 또 믿으라는 건가.

도는 이제라도 평정심을 찾고 사태를 냉철하게 봐야 한다. 사업을 성사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걸림돌이 많을 수록 무리하게 일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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