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했으나 출마지역까지 꼭 집어 언급한 걸 보면 결심을 굳힌 듯 보인다. 대개의 경우 공직자가 현직에 있으면서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건 쉽지 않은 결단이다. 그것도 공직사퇴 기한을 두 달여 남겨 논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역풍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신하는 게 옳은 방법이지만 강공을 택했다.

황 청장의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야당의 공세가 잇따르는 모양새다. 그럴 만도한 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정치 탄압하는 등 공작정치를 기획했다는 이유에서다. 황 청장 출마설은 총선이 있을 때마다 언급돼 왔지만 이번에는 기정사실화 하는 모습이다. 그는 `정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검·경 개혁과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태어나 자란 대전 중구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가 검·경 개혁론자란 걸 모르는 이는 드물다. 경찰 수사권 독립과 검찰과의 대립 등으로 경찰 수뇌부와 잦은 마찰을 빚은 걸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전보-경고-직위해제` 등 숱한 난관을 겪기도 했다. 황 청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그가 수사권 독립 논문을 내면 서다. `경찰·검찰의 관계 정립에 대한 역사적 비교분석`이란 논문을 통해 "검찰의 권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해 검·경 간 권력 분산의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면서 수사권 조정에 불씨를 지폈다. 경찰간부로는 이례적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의 경찰 측 수사권조정팀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에 주력해야 한다는 신념엔 변함이 없다. 그가 정치에 나선 배경이다. 여권에서도 수사기관 개혁의 기수, 검·경수사권 조정의 선구자로 평가하고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도 정계 입문의 배경이라면 배경이다.

황 청장에 대한 평가는 두 갈래다. `할 말 하는 경찰`이라는 입장과 색깔이 너무 강하고 때론 너무 튀어 `돈키호테`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덤비는 사람도 아닌 고도의 계산된 정략가 스타일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정치적 짐을 온전히 떨쳐내지 않고 출마를 공언한 것 역시 정략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황 청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선 반드시 털고 가야 할게 있다. 한국당으로부터 고발당한 피고발인 신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하는데 대통령 훈령에 따라 공직자가 조사나 수사를 받는 경우 면직을 허용하지 않아 사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 청장이 최근 자신의 수사를 맡고 있는 울산지검에 수사 종결을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다. 검찰 수사가 명퇴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그의 정치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그동안 각을 세워온 그에게 피고발인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뜻을 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맘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황 청장이 명퇴를 신청한 날 고발인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황 청장을 향해 정치공작을 기획하고 공권력을 악용한 마각이 드러났다며 구속 수사를 촉구해 그의 명퇴를 앞두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에서도 정치경찰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검찰 수사를 제대로 받을 것을 요구하는 등 황 청장 흔들기에 나선 형국이다.

황 청장의 정계입문 여부는 이제 지역을 떠나 정치권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가 입버릇처럼 부르짖던 검·경 개혁이 입법영역에서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퇴직조차 명예스럽지 못하는 최악의 상항으로까지 치닫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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