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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생각·온기 깃든 쉼의 공간

2019-11-20기사 편집 2019-11-20 15:04:10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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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위한 인문학] 노은주·임형남 지음/인물과사상사/284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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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이 좋은 집일까? 우리는 교통이 편리한 집, 위치가 좋은 집, 전망이 좋은 집, 비싼 집 혹은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은 집, 설비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편리한 집, 새로 지은 집을 좋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는 의식이 강해 생활의 공간이나 사는 곳이라는 개념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의 일상과 정신이 담긴 곳이자, 우리의 삶을 담는 아주 소중한 곳인데 말이다. 다시 말해 집은 개인이나 집단이 담고 공유한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만나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 건축가 부부 노은주·임형남이 집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고나서 든 생각들을 재미있게 풀어쓴 책 '집을 위한 인문학'이 출간됐다. 이들은 집이란 자고로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했다. 그 여정에서 부부가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노은주·임형남 부부는 '쉬는 곳'이라는 집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들은 이번 저서를 통해 "집이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낮에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사람들하고 부대끼고 피곤했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이란 거친 세상에서 가족을 보호해주는 안온한 덮개다. 집은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처럼 헐렁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 들어 있는 집, 기억이 묻어 있는 집,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 가족의 생활이 담기는 집, 일상복처럼 편안한 집이 정말 좋은 집이 아닐까? 집은 사는 사람이 자신의 몸에 맞게 손보고 고치며 다듬어가는 공간이다. 집은 사람이 사는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민족이나 문화적인 공동체가 살아온 역사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들어감으로써 이야기가 완성된다.

집은 콘크리트로 짓고 나무로 짓고 철과 유리로도 짓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 대해 어떤 재료로 내부와 외부를 덮을까, 가구를 어떻게 놓을까, 방의 크기는 어느 정도로 만들까 하는 부분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집은 그런 물리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집 구석구석에 배어든 사는 사람의 생각과 온기다. 집은 물리적인 재료와 기술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정신으로 세우고 쌓는 정신의 집적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공간이 절대적으로 좋은 게 아니고, 그 안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느낌이 있었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곳에서 만들었던 추억과 분위기가 집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준다. 인간이 담기는,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고 흔적이고, 그것이 인문학이다. 그 흔적은 명확하게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늘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길을 잃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만들어진다.

집은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집에는 가족이 나누던 온기와 생활의 흔적과 집에서 펼쳐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긴다. 사람들이 집을 떠나거나 그 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 집에 쌓인 시간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생각은 그대로 남게 된다. 그렇게 집은 생명력을 얻고 영원히 기억된다.

'집을 위한 인문학'은 노은주·임형남 부부가 그동안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다. 제1장은 가족을 품은 집, 제2장은 사람을 품은 집, 제3장은 자연을 품은 집, 제4장은 이야기를 품은 집으로 구성되었다. 집은 가족과 사람과 자연을 품으면서 이야기가 완성된다.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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