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병균에 의한 공포는 예외일 수 없다. 인류가 수 많은 재난을 겪었지만 사망자 수로 보면 페스트(흑사병)가 가장 큰 규모의 재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에는 흑사병에 대한 내용이 소개된다. 책 내용의 일부에는 흑사병 등의 병원균이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정복할 때나 영국이 북아메리카를 식민지화 할 때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고 전쟁이나 학살로 죽은 원주민보다 면역력을 갖지 못해 병원균에 희생당한 원주민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가 더 많았다.

흔히 흑사병이라고 부르는 페스트의 유행은 1347년부터 1351년 사이의 약 3년 동안 200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1347년 크림반도의 카파를 포위 공격 중이던 타타르군은 영내에 페스트가 발생하자, 환자들의 사체를 일부러 성벽에 내버린 후 철수했다고 한다. 흑사병이라는 말은 중세 라틴어에서 나왔다. 라틴어에서 검을 `흑(黑)`이라는 단어는 공포를 의미했는데 감염되면 살갗이 검게 변하기 때문에 `검은 죽음을 몰고 오는 병`이란 뜻에서 흑사병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흑사병은 쥐벼룩을 매개로 페스트균에 의해 전염되는 병이다. 2012년 마다가스카르에서 총 256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돼 이 가운데 60명이 사망했고 2017년에도 흑사병으로 24명이 숨졌다. 흑사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흑사병은 크게 폐 흑사병, 패혈증 흑사병, 림프절 흑사병으로 나뉜다. 갑작스러운 발열, 오한, 현기증, 구토, 의식혼란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요즘 중국이 흑사병 공포에 휩싸였다. 중국 베이징의 병원에서 환자 2명이 흑사병 확진을 받아 치료 중인 가운데 네이멍구에서 흑사병 환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보건 당국은 지금까지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은 28명으로 확인됐으며 이들도 이미 격리돼 의학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흑사병에 대한 항생제는 있지만 예방 백신은 없다. 흑사병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쥐나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페스트 위험국 방문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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