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현 취재2부 기자
주재현 취재2부 기자
올해 수능의 모습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능날 시험장 앞은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한 후배와 학부모들로 가득찼다. 시험장에 들어가는 수험생들의 뒤로 눈물을 흘리거나 두 손을 꼭 모아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지각한 수험생을 태운 경찰차가 시험장 교문을 부수고 들어갔다는 무용담이 들려왔으며, 영어영역 듣기평가 시간에는 어김없이 비행기들이 공항에 묶여 있었다. 이 모습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대입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수능과 대입이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의 학습 환경은 관심 밖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면서 길고도 길었던 대입 레이스도 어느덧 9부 능선을 넘어섰지만 하지만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아직도 대입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가채점 결과와 다양한 입시전문업체들이 내놓는 대학별 지원가능 점수를 비교해 정시지원 가능 대학들을 선별해야 하며, 이에 따라 기존에 지원했던 수시전형의 대학별 고사 응시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12월 초 수능 결과가 발표되면 정시 원서접수 전략을 세우기 위해 입시업체의 지원가능 점수표와 대학의 전년도 입시결과를 분석해야 한다. 이마저도 모자르면 거금을 들여 입시컨설팅 업체에 의뢰를 해야 한다. 이들의 노력은 수능 전부터 계속됐다. 해마다 6-7회 달하는 전국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고, 학기별로 중간·기말고사에 시달렸다. 생활기록부에 적히는 활동내역을 위해 각종 대회를 참가하고, 반강제적 동아리활동에 참여했다. 동시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입시정책에 항상 불안감을 느꼈다.

수험생들은 이처럼 대입 하나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교육환경 속에서 기계적인 학습만 이어갈 수밖에 없다. 어른들이 그렇게 바라는 `자율·창의적 인재`, `적성과 흥미를 찾아 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한 고민은 대학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맞닥뜨리게 된다.

수능이 끝나고 주변에서 `수능 난이도는 어땠나`, `수능은 공정한가` 등의 질문들을 접했다. 이 질문들이 대입이라는 틀을 벗어나 `학생들의 교육환경은 어떤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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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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