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들 '문어발식' 전기 온열기 사용, LP가스통 관리 허술…화재 무방비 노출

19일 대전 서구의 한 전통시장에 판매용으로 진열된 마늘 사이에 소화기가 방치돼 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19일 대전 서구의 한 전통시장에 판매용으로 진열된 마늘 사이에 소화기가 방치돼 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19일 오전 11시쯤 대전 중구의 한 전통시장. 갑작스레 불어닥친 추위 탓에 시장 상인들은 옷을 겹겹이 껴입은 채 온열기구의 열기를 쬐고 있었다. 이들 상인들은 멀티콘센트에 온열기구를 비롯한 여러 개의 가전 제품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었다. 많게는 3개의 온열 기구가 한 멀티콘센트에 연결 돼 있었다. 이런 `문어발식` 콘센트 연결은 합선을 일으켜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시장 상인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여겼다.

한 상인은 "평소에도 잘 써왔으니 문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발걸음을 옮겨 분식 등을 파는 노점이 모인 곳으로 가보니 이들 노점상인들은 LP가스통을 사용하고 있었다. 가스통은 별도의 고정장치 없이 바닥에 세워져 있었다. 가스통을 붙잡고 있는 것은 불판 등과 연결된 고무 호스가 전부여서 넘어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시장 맞은편 소매 상점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가스통은 한눈에 보기에도 낡아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이들 가스통은 그늘진 곳이 아닌 노면에 설치돼 있었다. 가스통의 고무 호스는 햇볕과 빗물에 약해 그늘진 곳에 두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한 분식집 상인은 "가스통을 어떤 식으로 관리하라는 말은 듣지 못 했다. 시장에서 관리해주는 것도 없다"며 "LP가스를 배달해주는 사람이 눈으로 한번 훑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서구의 전통시장 상인들도 문어발식으로 온열기구를 사용하는 등 화재 예방에 소홀한 모습이었다. 이불 등 불이 잘 붙는 소재 앞에 온열 기구를 켜놓은 상점도 있었고, 소화기구함 앞에는 무거운 물건이 적재돼 있어 유사시에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날씨가 건조해지는 가을철, 화재에 취약한 전통 시장일 수록 예방에 철저해야 하지만, 이날 상인들은 안전에 둔감한 모습이었다. 2017년에는 대전 지역의 한 전통 시장에 화재가 발생해 13개 점포를 태운 일도 있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화재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 말까지 전통 시장 내부에 화재 감지기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노점상 등의 LP가스통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노점들은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고, 가스통 관리는 공급자가 맡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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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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