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파트장
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파트장
벌써 11월, 2019년 달력도 이제 몇 장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항상 이루고 싶은 계획들을 세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체중을 조절하겠다는 목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책을 많이 읽으려는 노력 등 자신이 실천 할 수 있는 것 들로 말이다.

필자도 새해를 맞으며 많은 계획들을 세웠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건강을 위해 체중을 줄이고 틈틈이 독서를 하며 가족들과 여행을 자주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획대로 되는 일은 줄어들었고, 언제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모를 정도로 잊고 살다보니 이제야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일에 있어 항상 `처음`은 설레고, 열정과 관심을 많이 쏟게 된다. 처음 `간호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해 학부과정을 마치고, 병원에 입사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직장을 결정해야 하는 압박감과 선택의 갈등 속에서 고민하다 학생 때 실습을 했던 곳, 지금의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에 출근하게 됐다. 간호사 국가고시를 치르고 합격여부를 기다리던 것보다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던 첫 출근은 더 많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사회초년생들이 그렇듯 성실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임했다. 환자들을 위해 좀 더 일찍 출근했다. 선배와 동료들에게는 항상 밝게 인사하고 선배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고자 했다.

시간이 지나 업무가 익숙해지니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이 생겨 업무가 능숙해졌고, 다른 동료들도 챙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는지 업무 7년차 즈음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권태감, 무력감, 인간관계 속에서의 갈등까지 생겼다. 처음 가졌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방황만이 남았다.

돌파구를 찾아야했다. 선택한 것은 `웃음치료`를 배우는 것이었다. 일과 병행하려다 보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웃음치료를 통해 타인을 웃게 하고 내 자신까지도 재충전시킬 수 있었다.

마음의 안정이 오니 간호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 건강한 삶을 유지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을 생각하며 더 나은 조건을 찾기 위해 수많은 방황을 한다.

그럴 때에는 다시금 내가 선택한 일, 첫 직장, 처음의 그 마음, 초심을 떠올린다면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필자는 현재 업무현장에서 매일 신고 일하는 간호화 밑창에 `1997.03.10.` 이라는 날짜를 새겨놓았다. 병원 입사날짜다.

필자에게 시작을 뜻하는 의미 있는 날짜이기에 늘 기억하기 위해서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간호를 행하자, 솔선수범하자, 근면성실하자, 지각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자 등 신규간호사 당시 때 묻지 않았던 처음의 마음가짐들이 떠오른다. 오늘도 업무시작 전 간호화 밑창을 바라보며 다짐하는 것 바로 `초심`이다.

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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