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담그다 파김치 될라, 쪼그려 앉지 말고 허리 쭉

입동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김장 준비로 바쁜 시기다. 김장은 재료 준비부터 양념 버무리기까지 무릎, 어깨, 허리, 손목 등 관절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김장증후군`이라는 단어가 괜한 말이 아닐 정도로, 건장한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김장 일에 매달리다 보면 허리, 어깨, 무릎 중 한 군데 이상은 통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보통 김장을 할 때는 갖가지 재료들을 바닥에 여기저기 늘어놓기 때문에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일하게 될 때가 많다. 무거운 재료들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허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기본적으로 서 있는 자세에서 허리가 받는 하중을 100이라 한다면,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취할 때는 약 150, 상체를 숙여 바닥의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약 220 정도의 부하가 생긴다.

장시간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배추에 양념을 바르거나 바닥에 있는 재료들을 옮기는 등의 동작을 반복하면 그만큼 척추에 과중한 부하를 안기는 것과 같다. 요통과 함께 김장철 빈번히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바로 어깨통증이다.

크게 어깨뼈와 위팔뼈로 이뤄져 있는 어깨 관절은 우리 몸에서 움직이는 범위가 가장 큰 관절이다. 하지만 가동 범위가 넓은 만큼 손상도 쉽게 일어난다. 김장철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었다 내렸다 하다 보면 어깨 주위 근육이나 인대에 무리가 가게 되는데, 이때 삼각근이라는 부위에 손상을 입기 쉽다. 삼각근은 어깨를 덮고 있는 근육으로, 손상될 경우 어깨 전반에 통증을 부르며 특히 팔을 위로 올릴 때 큰 통증을 느끼게 된다.

어깨 관절의 회전을 돕는 극상근이 손상돼 발생하는 극상근건염 역시 김장철 대표적인 어깨 질환 가운데 하나다. 극상근건염은 급성과 만성에 따라 증상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인 증상은 어깨 앞쪽에 발생하는 심한 통증이다.

만성 극상근건염의 경우 팔을 들 때 특정 각도에서 통증이 발생하게 되며 오히려 팔을 완전히 들어올리면 통증이 줄거나 없어지는 특징이 있다. 목과 무릎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김장을 하다 보면 시선을 아래로 두고 고개를 숙이게 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가 반복되면 `일자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상적인 경추(목뼈)는 앞쪽으로 휘어지는 C자 형태를 띠고 있어 스프링처럼 목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킨다. 그러나 일자목은 이 굴곡이 없어 경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에 정상보다 큰 부담을 주게 되고 퇴행성 디스크 질환으로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쪼그리고 앉는 것과 같이 무릎을 구부린 자세는 최대 체중의 7배의 압력이 무릎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장시간 유지되면 무릎 관절의 간격이 좁아져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무릎 통증을 방치하게 되면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근골격계 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닥에서 일하기보다 작업물을 식탁으로 옮겨 척추·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또 김장 사이사이에 충분한 스트레칭과 휴식시간을 가져 근육과 인대가 받는 스트레스를 주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보통 김장이 끝난 이후에 느껴지는 통증을 단순히 몸살이나 근육통 정도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다.

척추나 관절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가급적 무리한 움직임은 줄이고 자주 반신욕이나 샤워, 온찜질 등을 방법들을 통해 아픈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일주일 이상 통증에 차도가 없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신속히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도움말= 허석원 대전자생한방병원 원장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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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원 대전자생한방병원 원장.
허석원 대전자생한방병원 원장.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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