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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디지털 신분증으로 달라지는 생활

2019-11-19기사 편집 2019-11-19 08: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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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익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지갑의 효용성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으로 지갑을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제공되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스마트오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라인에서 물건을 선택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찾는다. 택시앱을 이용하면 비용은 자동 정산된다. 일상생활에서 카드나 화폐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드니, 지갑이 불필요한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수고도 없어졌다. QR코드 결제가 일상화된 중국에서는 이미 안면인식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가 등장했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의 앤트파이낸셜은 올해 4월 안면인식 지불기기 '칭팅'을 발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위챗페이의 텐센트도 안면인식 결제 '칭와'를 오프라인 매장에 보급하고 있다. 안면인식 결제는 카드, 스마트폰 없이 얼굴만으로 결제한다는 점에서 사용자 편의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분실의 위험도 없다.

이러한 생활의 변화는 디지털 신원확인 기술 발전에 기인한다. 오랫동안 대표적 신원확인 기술이었던 공인인증서는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얼굴·지문·홍채 등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3월 웹 표준화기구 W3C(월드와이드 웹 컨소시엄)는 웹브라우저에서도 생체인식 기술을 지원하는 국제표준을 제정, 앱과 웹 모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자신의 얼굴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발전된 신원확인 기술이 핀테크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신원확인 기술과 결합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새로운 형태의 신원확인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헬스케어·교육·금융·정부 등 다양한 기관에 저장된 사용자의 신원정보는 학생증이나 의료증명서와 같은 디지털 신분증 형태로 발급되고 있다.

사용자가 필요한 서비스에 제공해 사용할 수 있는 '분산신원확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성이 검증되는 디지털 신분증은 특정 기관이 아닌 사용자에 의해 직접 관리되고 활용되기 때문에 개인의 사적인 영역도 확보된다. 분산신원확인 서비스는 신원확인을 위한 종이증명서, 플라스틱 카드 등을 발급받는 수고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입사서류 등에 필요한 신원확인 증명서를 번거로운 절차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IBM·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CT 기업들뿐 아니라, 국내 기업과 연구원도 이러한 분산신원확인 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을 경쟁적으로 추진 중이다. 또 W3C에서는 글로벌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해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상용화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범용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아직 몇 가지 기술적 준비가 더 필요해 보인다.

엄청난 금융피해를 초래한 암호화폐 지갑의 해킹 사례처럼 디지털 신분증을 도용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 기술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신분증은 한 번 사용하고 돌려 받으면 그만이지만, 디지털 신분증 정보는 돌려 받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민감한 신원정보의 노출 없이도 신원검증이 가능한 영지식증명 기술과 같은 새로운 암호 기술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사용자에게 자기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통제권은 사용자 부담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사용자의 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자율 제어 기술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신분증은 아직은 초기 단계 기술로 더 많은 연구와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급격한 ICT 환경 변화로 도입 시기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현실화 되고 있는 초연결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소통한다고 말한다. 소통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신뢰다. 신뢰는 상대방을 정확히 식별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율주행차·드론·웨어러블·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안전하게 서로 연결되고 상호 소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물이 모두 믿을 수 있는 새로운 신뢰 체계가 필요하다. 즉 디지털 신분증은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익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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