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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이세상 수많은 직업과 숲

2019-11-19기사 편집 2019-11-19 08: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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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어쩌다가 평생의 일이 되었지만 나는 본디 지방의 대학에서 숲을 다루는 공부를 했다. 도중에 크고 작은 여러 어려움이 많았지만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만일 다시 택한다 하더라도 주저 없이 이 길을 택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직업을 선택할 때 직종에 상관없이 도시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마 그것은 사무실의 위치와 도시 환경 때문일 것이다. 여러 직업에 비해 숲과 나무에 관련된 일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꽤 많다. 아름다운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고 도시보다는 훨씬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산림 관련 직업이 큰 대우를 받는다 하지 않는가. 숲과 함께 살아온 사람은 따뜻한 심성이 그대로 얼굴에 묻어난다. 러시아와 국교를 연 후 얼마 되지 않아 우수리 지방의 깊은 산골에서 두 달간 식물채집을 한 적이 있다. 반공교육을 아주 일찌감치 받은 세대인 나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러시아의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다. 특히 심심산골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천사의 얼굴과 마음을 지녔다. 이러한 얼굴과 마음은 아마 산과 숲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라 생각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퇴직 후에 귀산과 귀농이 점차 성행한다. 아주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오랜 도시생활 끝에 하는 농산촌의 생활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함이 많을 터인데도 왜 선호할까? 여러 분야에서 퇴직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한결같다. 모든 사람은 무슨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 왔든 마음의 한 언저리에는 항상 자연을 동경한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구 밀도와 급속도로 산업화·도시화된 사회에서 살아간다. 앞으로의 직업 선택에는 아름다운 환경에서 올바른 심성을 키우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크게 좌우할지도 모른다. 산림청이 숲의 치유능력을 염두에 두어 국민의 정신과 건강의 함양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시대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연어는 큰 바다에서 지내다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 우리 인간도 숲이라는 거대한 어머니의 품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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