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중소기업의 주52시간제 시행을 한달 남짓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보완대책에 지역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혹평을 쏟아냈다. 대전에서 20년 넘게 중소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A 대표는 "우리 회사가 다른 기업보다 그나마 건실하다고 평가되지만 막상 지역에서 쓸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주52시간제를 고집하며 신규채용을 늘리라고 하다가 여의치 않으니 물러선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구인구직 매칭을 지원하고 대규모로 채용하면 중점지원하겠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과 기술경쟁을 벌여야하는 마당에 고급인력 채용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정부와 기업계의 인식차는 정부당국의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50-299인 기업 130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주52시간제 시행을 준비 중이거나 준비 하지 못한 기업의 비율이 40%에 달했다. 기업들은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53.3%), 주문 예측의 어려움(13.7%), 구직자 없음(10.1%) 등을 이유로 들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500개 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65.8%가 주52시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중소기업의 58.4%는 주52시간 시행시기 유예가 필요하다고 봤고 그 기간은 1년(52.7%)이라고 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수시로 발생하는 불규칙적인 업무 등으로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이 주52시간제 대비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1년 이상 시행유예를 통해 중소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도 계도기간 부여 등 정부가 발표한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대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통해 "계도기간 부여는 범법인 상태라도 형벌만 미루겠다는 것으로 상당 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특별연장근로 역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 여부도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정책 포기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절망정책에 분노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모아 모든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훼손하는 보완책이나 법 개정 등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기 때문에 기업들이 (주52시간제 시행)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력"이라고 꼬집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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