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빈운용 기자]
[사진=빈운용 기자]
7명의 사상자를 낸 국방과학연구소(ADD) 폭발사고의 원인 규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젤 추진제 연료 실험실 폭발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고에 속하는데다 세계적으로도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인 나라가 몇 안 되는 만큼 경위 규명에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전담수사팀은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및 사고 당시 실험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사고 현장 모습이 담긴 영상과 자료를 ADD측로부터 제출받았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등과 함께 현장에 대한 1차 감식을 진행했다. 연구원 진술은 연구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한 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고는 젤 형태로 만들어진 추진제(연료)가 연소기에 설계된 양만큼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실험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젤 추진제는 물체를 앞쪽으로 이동하거나 날아가게 하는 젤 타입의 재료로서 액체 연료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고밀도·고발열량을 가질 수 있고 액체 연료·산화제보다 보관성도 뛰어나다. 젤 추진제를 쓰는 젤 추진기관 연구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과 미국 정도에서만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ADD가 가장 질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추진공학회 학술대회 논문집을 보면 젤 추진제 실험은 ADD에서 시행한 것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DD는 젤 추진제에 적합한 점화조건 형성과 연소 특성 파악 등 상당 부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ADD는 또한 복잡한 연료 공급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는 젤 추진제 연소 시연기 점화장치도 설계해 학계에 보고했다. 이번 사고 당시 쓰인 니트로메탄(나이트로메테인)을 연료로 활용하는 장치다. ADD 측은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유량 확인 작업 중 폭발 사상 사고가 난 것에 대해 당황하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임성택 ADD 제4기술연구본부장은 지난 13일 열린 사고 브리핑에서 "연소나 점화가 필요한 실험이 아니었다"며 "정확히 짚이는 원인은 없다. 민감한 폭약을 다뤘다면 모르겠지만 이 실험은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이처럼 젤 추진제 연료 실험실 폭발사고가 유례 없는 사고에 속해 사고 원인 분석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슷한 사고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와 자료 등 분석을 면밀하게 하고 있다"며 "전문기관의 감정의견이 있어야 사고 원인 규명을 정확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추가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번 폭발 사고가 발생한 ADD 실험동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데 이어 연구소 내 젤 추진제를 사용하는 모든 실험에 대해서도 추가로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한편 지난 13일 오후 4시쯤 대전 유성구 ADD 9동 젤 추진제 연료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사고로 숨진 ADD 선임연구원 A씨에 대해 직무연관성 등을 고려해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 지난 16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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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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