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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기회를 주는 사회

2019-11-14기사 편집 2019-11-14 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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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도신 서광사 주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한 면은 희망이 있고 한 면은 희망이 없는 이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일까?

서로 사랑하면서 경쟁해야 하고, 서로 도와야 하면서 미워해야 하고, 서로 웃으면서 선 밖으로 밀어내야 하는 너와 내가 확실하게 나누어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한 번의 실수를 영원한 죄악으로 매겨야 경쟁자 한 사람을 제치는 것이 되겠지만 누구나 한 번의 실수를 할 수 있고, 누구나 죄의 속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면 사회적 기회는 곧 나의 기회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그 한 번의 기회마저 주지 않는 공개적 처벌은 잔인하고, 냉정하게 선의 안과 밖을 확실하게 구분 짓는다.

강도죄로 감옥 생활 3년을 마치고 나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다가 유튜브로 '감방 메이크업'을 소개해서 인생을 역전시킨 크리스티나 랜달(35)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전과자'라는 것 때문에 가까웠던 사람들과 이웃 그리고 지역과 사회로부터 많은 차별을 받았을 것이다.

감옥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30달러와 옷 몇 가지뿐이었다고 한다.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 여성 쉼터에 머무르면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는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일을 하기 위해 노크를 했지만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꿈은 사회복지사였으나 그 길은 멀기만 했다.

한 번은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됐는데 후에 랜달의 이력을 보고는 채용을 취소한 적도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신의 길을 찾았기 때문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막막함은 그녀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궁지로 몰았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허락받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였다.

별 뜻 없이 올려본 동영상이 랜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척박한 감옥 안에서 여 죄수들이 어떻게 화장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이용한 방법, 옥수수칩을 이용한 입술 화장법 등 교도소식 간단 립스틱을 소개한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여가 없는 감옥 생활의 경험담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길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그 길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의외의 곳에서 길을 찾지 못했다면 그녀는 또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 거리를 배회하다가 막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우면서도 불행한 일인가?

의외의 곳이 아니라면 길이 없다는 것이 말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만약 용서할 만한 것만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용서라는 바로 그 개념 자체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용서할 수 있는 것을 용서하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수용할 수 있는 것을 수용하는 것은 수용이 아니다.

사랑할 수 있는 것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내가 개선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그들이 그렇지 않겠는가?

자기중심의 사회에서 그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 번의 실수는 그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한 번의 실수로부터 용서받고 싶은 것은 나뿐만 아니라 그 사람도 포함되는 것이다.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그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기회의 시작은 당신과 나의 허락에서부터 시작한다.

도신 서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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