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학교는 우리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전체 공공건축물 중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느 공공건축물보다 비판을 많이 받는 처지다.

일상의 공간, 커뮤니티 중심, 학습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살아있는 교육환경 구축 등을 주제로 좋은 학교가 어떤 곳인지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에는 우리 현실에서 왜 그렇게 되기 어려운지, 어떤 환경과 과정이 좋은 학교를 가질 자격이 되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간단하게 신설 학교 설립 절차를 알아보자. `택지개발이나 신도시` 등으로 학교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시도 교육청에서는 부지 등 학교설립계획을 수립하고 학생수용계획을 세운다.

이를 교육부는 중앙투자심사 등을 통해 학교 신설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승인될 경우 교부금을 지원하게 된다.

이 예산으로 토지매입과 건축 설계를 거쳐 공사를 착공한다. 건물이 준공될 때 쯤 교직원 발령 및 학교 운영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개교를 하게 된다.

위 절차에서 강조한 부분들을 살펴보면, 택지개발이나 신도시 계획 시 학교의 위치는 주거지에서의 통학이나 접근성, 세대수 등과 같은 단순한 수치만으로 결정되기 쉽다.

학교 부지는 도시 전체 생활권을 중심으로 전 생애주기에 걸쳐 통섭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민시설이나 문화, 체육시설, 복지시설, 공원 등과 연계해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부지가 결정될 때 단순 학생을 수용하는 목적뿐만 아니라 공공공간을 연계하고 복합화해 도심 활력의 중요한 기초 토대로 거듭날 수 있다.

학생수용계획 역시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일이다. 신도시의 경우 주로 젊은 부부들이 이전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수요가 많다.

그러나 곧 수요는 급감해 공실이 늘어나게 된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쳐 수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사용하는 통합학교나 주민복지시설과 복합화 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이를 계획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교육 부문의 충분한 협의 및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학교 건축 설계는 법령에 따라 일정한 규모 이상의 학교는 설계 공모라는 경쟁 과정을 거쳐 더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오히려 그저 기계적인 형평성과 편의성만 강조한 방법으로 이용되는 듯하다. 먼저 설계 기간이 외국에 비교해 턱없이 짧다.

천편일률적인 지침도 문제다. 지역과 학교의 성격에 맞게 제시돼야 할 설계 지침은 대부분의 학교가 대동소이하다. 게다가 그런 공모과정을 거쳐 채택한 당선안이 실시설계 기간 동안 완전히 다른 안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잦다.

관습적인 행정, 보수적인 심의과정, 재 하청을 주는 설계사무소 등 학교 수만큼이나 핑계가 다양하다. 무엇보다 그 학교의 가장 큰 책임을 가지게 될 교장이나 교사들은 준공 시점이 돼서야 결정된다.

정작 교육의 당사자들이 학교 건물에 대한 철학과 방향을 건축사와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은 간단히 생략된다. 좋은 학교를 가질 기회를 너무 쉽게 잃어버리고 있다.

행정의 편의성이나 개발 위주의 계획, 경제성만 앞세우는 건설 과정, 학생과 교사 등 당사자의 배제 등 이런 문제의 해결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좋은 학교를 가질 자격은 요원한 게 아닐까.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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