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수사(修辭)는 강하다. 때로 현상을 지배한다. 화려함이 본질을 가리기도 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집값불안 우려지역을 선별해 동(洞) 단위로 핀셋 지정했다.` 지난 6일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계획을 발표하면서 낸 보도자료 일부다. 미소(微小)한 물체를 콕 집어내는 `핀셋`의 연상효과는 힘이 세다. 법정요건을 충족하면서 분양가 상승률이 높은 구(區)를 선별하고 집값상승률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하니 주도면밀해 보인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아파트 매물이 종적을 감추고 매수 문의는 늘었다. 짓지도 않은 아파트의 분양·입주권에 3억-4억 원씩 웃돈이 붙었다. 집값이 요동치고 있는 대전의 현주소다. "규제 안 걸린 게 다행이긴 한데 너무 과열 분위기여서…" 부동산중개업자마저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까지 오르는 건 처음 본다"고 걱정이 늘어진다. 이런 말도 나온다. "외지 선수들이 집값 다 올려놓고 이제 빠지기 시작하는데 대전 사람들이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서고 있다.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다. 한순간 거품이 빠지면 대전 사람들이 가장 크게 피해를 볼 것이다."

고백한다. 부동산 문외한도 최근 청약을 다 넣었다. 결과는 다 꽝이다. 무주택자에서 벗어나고픈 실수요자인 동시에 `어디든 되기만 하면…` 하는 기대도 품었다. 시쳇말로 어차피 집은 은행이 사주는 것 아닌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면 분양가 상한제 추가 지정도 배제하지 않겠다." 정부 고위관료들이 엄포의 수사를 늘어놓는다. 시장은 웃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이미 집값이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곳으로 정부가 보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하는 게 시장 심리다. 정부 정책은 항상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에 뒤처진다. "지역에서 집값이 오를 대로 다 오른 다음 규제할 거란 말인데 뒷북행정이 아니고 뭔가. 정부가 아파트값 잡으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실수요자의 원망이 아니다. 정부는 서울 외 지방 부동산시장엔 눈길도 주지 않는데 집값이 올라야 재미를 보는 부동산업자들이 되레 대전 사람들 살림살이가 결딴날까 애 태우고 있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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