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 수필가
김남식 수필가
뭐, 내가 꼰대라고? 말도 안 된다. 자식 키우기에 애 태웠고, 진 빠지게 제자들을 가르쳤다. 부모공경, 아내, 이웃, 친지, 따뜻한 정을 나눴다. 교회청년부장으로 4년간 대학생들에게 "형님", "오빠" 소리 들었다. 웃음지도사 동기생인 발랄한 여성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웃기 시합한다. 문예대학에서 지질학 박사와 명리학을 공부하는 주부, 40대 일본여성, 50대 중국여성, 그리고 초보 시인과 수필가를 가르친다. 잔소리나, 궁핍해서 남에게 손 벌린 일이 별로 없다. 젊은이들에게 꺼떡거린다고, 담배 꼬나문다고, 술 냄새 풍긴다고, 야단친 적도 많지 않다. 이래도 내가 꼰대 란 말이냐.

이 말은`번데기`라는 경상도 사투리에서 시작되었단다. 조선말기 친일파들이 프랑스백작을 `콩테`라고 불렀다. 일본말로 고쳐 `꼰대`로 불리어 지금까지 이어 온다. 꼰대는 옹졸하고 독선적이며 참견이 심하다. 비난은 1등, 자기 잘못은 뒤에 꼭꼭 숨긴다. 자아도취에 빠져 남들은 모자란다고 단정한다. 잔소리와 반말과 막말과 험담도 일삼는다. 나타났다하면 풍비박산한다.

"노인꼰대 온다, 빨리 숨자.", "꼰대 아저씨 나타났다 비켜라.", "꼰대선생님 회초리 들고 온다, 조용해라."

아이 꼰대도 늘어간다니 기가 막히다. 한 살 차인데 꼬박꼬박 따진다.

"너 태도가 그게 뭐야, 왜 말이 많니,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

고집불통, 주책바가지, 독불장군, 별명이 수두룩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은 꼰대가 유독 많은 나라라며 비웃는다니 부끄럽다. 잘못된 성장과정, 인성교육부실, 수직적 유교문화, 강압적 군대행태가 원인일 거다.

예서제서 들리는 꼰대 소리에 귀가 따갑다. 꼰대예방용 마스크라도 쓰자. 치매병원에 보내야할 사람만 늘어간다. 주사로 안 되면 수술해야 한단다. 등골이 오싹해 진다.

편식하는 손녀보고 골고루 먹으라니까,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는다.

"할아버지, 잔소리 좀 그만해!"

7살 손자도 식식거린다. 할아버지 미워, 다시는 안 놀아!" 텔레비전 오래 본다고 소리 질러서 그런다. "어라! 그러다 보니, 나도 꼰대네."

"나도 꼰대?"가슴이 철렁한다.`꼰대증후군`치료라도 받아야겠다. 꼰대가 따로 있나. 나이 값도 못하고 잔소리, 탐욕, 시기, 질투, 험담하는 사람이 꼰대지.

김남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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