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을 막기 위한 살처분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기도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대책으로 살처분한 돼지의 침출수가 하천을 오염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살처분한 돼지 수만 마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쌓아뒀다 비가 내리면서 핏물이 하천으로 흘러든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당국이 나서 긴급 차단조치를 했고 인근 소하천에 대한 점검결과 침출수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침출수로 오염된 하천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더구나 사고지점에서 10여km 떨어진 곳엔 상수원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살처분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확산을 막기 위해 매립이나 소각하는 조치다. 그동안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써오고 있는 정책이다. 이러한 살처분 정책에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과잉대응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살아있는 가축의 무차별적 살처분에 대한 논란이 있다. 살처분 참여자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침출수 오염문제는 비단 돼지열병만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닭과 오리는 물론 구제역 차단 방역을 위한 소·돼지의 대량 매몰처분은 오염과 악취, 침출수 등 문제점을 적잖이 드러냈다.

과잉 방역이 소홀한 것보다는 낫다고는 하지만 과연 지나치게 살처분에 의존하는 방역대책이 옳은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염병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상황에서 살처분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역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닌 만큼 다른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사후 방역에 앞서 가축전염병의 선제적 예방 방역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제 정부가 AI와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방역소독과 백신접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가축의 살처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살처분이 필요할 땐 매뉴얼을 철저히 지켜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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