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여주대 석좌교수
박성규 여주대 석좌교수
국방정책은 다른 분야의 정부 정책과는 달리 국가 존망의 문제인 전쟁을 다루고 징병제로 인해 국민 대부분이 군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화로 인해 과거 용산기지 평택이전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국방정책 결정과정에 각종 이익단체와 언론, NGO, 정치인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방정책은 큰 도전 없이 추진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작년에 발표된 평일외출제도 시행, 병복무기간 조정에 따른 신병교육기간 단축 등 국방정책의 의제선정부터 결정 및 집행, 그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까지 제반과정에 걸쳐 더 많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우선 정책의제 선정이 하향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한다. 하향식의제 선정이 전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럴 경우 정책관련자들의 자세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정책집행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제기될지라도 대부분이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의제를 분석하고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국방정책수립의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이전에 목표와 대안을 먼저 제시하려고 서두르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왜냐면 임기응변식이 되고 미봉책에 불과한 졸속행정이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정책결정단계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능하다면 레드팀(Red Team)을 운영해서라도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의제 설정이 하향식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예스맨`이 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안자는 더욱 활발한 토의를 유도해야 하며 참여자들은 국가와 군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장군들의 전략 리더십, 즉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의 자세가 발휘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국방정책의 논리적 일관성과 계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고정불변성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입장에서 쉽게 번복하는 것을 지양하자는 것이며, 번복할 경우에는 반드시 논리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로써 과거 차기전투기 도입과정에서 최초 F-18 도입을 결정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F-16으로 번복된 바가 있었다.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포함하여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논리적인 뒷받침이 부족했기 때문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많은 공격과 비난을 받았고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국방환경변화에 따라 국방 정책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 뒤에는 반드시 논리적 뒷받침이 제시되어야 한다. "국방 정책이 이렇게 자주 변해도 되는 것입니까?"라는 어느 유명 앵커의 질문이 이글을 쓰게도 했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귓가에 맴돌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정된 국방정책은 집행하기 전에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와 `지지획득`이 목표가 되고 `설득`이 방법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브리핑을 할지라도 확실한 목표 의식 없이 알리는데 에만 급급했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모든 정책은 나름대로 정당성을 갖고 있다. 이유, 목적, 장점을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과 함께 필요시는 일정주기로 성과에 대한 브리핑까지 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 번 최초단계에서 실시하는 브리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그것도 대부분 하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해왔다.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은 점점 어려워지는 국방예산획득을 위해서도 당연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신뢰가 없으면 군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결국 군인 개개인들마저 자신이 속한 군 이라는 조직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 과정에 따른 국방정책 결정과 적극적인 홍보로 국방 정책의 효율성증진은 물론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는 국방정책을 기대한다.

박성규 여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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