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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 음악회의 시작

2019-11-12기사 편집 2019-11-12 08: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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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상철 스펙트럼 대표
어느 음악가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서 음악회장을 찾는다. 관객의 기준에서는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 매표소에서 티켓을 건네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잠시 후 펼쳐지게 될 공연을 기다리는 것이 음악회의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연주를 앞두고 있는 음악가의 입장에서는 운명의 날을 맞이한 것과 같은 비장함과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열정으로 무장(武裝)한 날이 바로 음악회 당일(當日)일 것이다.

대다수 음악가들에게는 음악회의 시작은 수없이 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한 뒤에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것에서 기점(起點)이 된다. 자신의 레퍼토리를 만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행위를 시작으로 계속적인 반복 연습과 탁월한 곡에 대한 해석, 그리고 보다 숙련되어 만들어져 가는 선율들로 자신만의 음악회를 완성해나가게 된다.

공연을 의뢰한 한 음악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독주회를 겨울철에 하고 싶은데 언제쯤이면 공연장 대관이 확정될까요? 공연일이 결정되지 않다 보니 열심히 연습을 하려고 마음 먹어도 목표가 정해지지 않다 보니 제대로 연습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은 즉, 아무리 좋은 레퍼토리를 구성하고 연습을 하더라도 음악회 날짜가 확정되지 않으면 자신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음악가가 연주를 구상하고 연습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날짜가 확정된 공연 장소가 없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므로 음악회장 대관 확정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음악가들이 자신의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돕는 공연기획사 입장에서는 음악회의 시작이 언제부터일까? 공연기획사에 의뢰가 들어온 순간부터 음악회가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가의 연주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포스터를 작업하는 것이 음악회의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로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때로는 멋있는 연주 장면으로, 때로는 연주자의 사진으로, 때로는 작곡가의 초상화로 각양각색의 테마를 가지고 음악가와 의논하여 콘셉트를 정하고 포스터를 정성껏 만들게 된다. 이어 많은 관객들이 음악회를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하게된다.

하나의 음악회를 바라볼 때, 사람들 각각의 입장과 생각에 따라 시작점이 모두 다를 수가 있다. 하지만 어느 입장이 되더라도 누구나 반드시 시작을 하게 된다. 필자 역시 매 번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공연의 출발 선상에 서게된다. 이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스스로 부족함이 있었던 음악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를 반면교사 (反面敎師)로 삼고, 또한 현장에서의 많은 경험들을 축적해가며 보다 나은 음악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기획하고 시작을 하게된다. 반드시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여러 방면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상철 스펙트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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