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산업의 토대가 되는 식물성 천연향료는 석유계 합성화학물질인 화학향료와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그 안전성이 우수하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을 겪으며 합성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 문제가 이슈화되고 안전한 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날로 커지는 만큼 뛰어난 안전성을 지닌 식물성 천연향료인 정유의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산 정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자생식물의 정유 특성을 연구해왔다. 구상나무, 왕초피나무 등 120개 수종에서 샘플을 확보했고 이중 50개 수종에 대해서는 향 특성, 항산화, 향균, 미백, 주름개선 효과 등 기능성 평가를 마쳤다. 구상나무 정유는 기미·주근깨를 유발하는 효소인 티로시나제(tyrosinase)의 활성을 65% 억제하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뛰어났다. 왕초피나무 정유는 미백 기능성 물질인 `코직산`에 버금가는 효능이, 참식나무와 비자나무의 정유는 향을 풍부하게 하는 볼륨감과 향을 퍼뜨리는 확산성이 우수했다. 이들 수종은 앞으로 기능성 화장품은 물론 향수, 방향제 등 원료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향은 생물체 고유의 특성이면서도 각 나라가 갖는 문화와 기호, 민족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토종향료식물이 세계 향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며 마음껏 매력을 발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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