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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항공모함과 안전기지

2019-11-11기사 편집 2019-11-11 08: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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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영화 '미드웨이'가 지난 8일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상영에 들어갔다. 이 영화는 2차세계대전의 주요 전환점 중 하나인 1942년 미국과 일본의 미드웨이 해전을 다루고 있다. 미드웨이 해전은 일본의 참패로 끝났다. 일본은 미군의 어뢰 공격기와 급강하 폭격기의 공격을 받아 하루 만에 항공모함을 4척이나 잃었다. 침몰된 항공모함 카가(加賀)는 6개월 전인 1941년 12월 하와이 진주만 기습에 참가했었다. 카가의 선체는 침몰 후 77년 만인 지난 10월 공교롭게도 영화 개봉을 코앞에 두고 미드웨이 해저 5400m 지점에서 미국 조사팀에 의해 발견됐다. 미드웨이 해전 패퇴로 일본의 공세는 멈췄고 미국은 태평양 제해권을 장악하고 반격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결국 전쟁에서 승리했다.

항공모함은 함재기들이 뜨고 내리며 재차 출격에 필요한 급유와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안전기지(Secure Base)다. 순양함이나 상선을 개조해 갑판에 활주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항공모함으로 설계된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은 1922년 취역한 일본의 호쇼(鳳翔)다. 현대전에서 항공모함은 19세기 선진 열강의 함포 외교 시대의 전함처럼 위용을 떨치며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항공기를 출격시켜 목표만 정확히 파괴하는 '핀셋' 공격의 핵심 전력이다. 1991년 이라크에 대한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미 육군이 큰 피해 없이 진격한 것도 걸프만에 닻을 내린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전폭기들이 탱크 등 목표물을 정밀 타격한 덕분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전쟁에서 '정부'로 치환할 수 있는 안전기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베스트셀러 '예정된 전쟁'의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국가 경영에서 국력의 토대가 되는 경제적 성과, 국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도록 만드는 유능한 통치력, 민족의 기백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제가 튼튼하고 정부가 유능하며 국민들이 힘을 모아 지지하는 나라는 다른 국가들의 선택과 행동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를 보이고 있고 설비투자 역시 11개월째 내리막인데다 제조업 재고는 2년 넘게 증가일로에 있다. 요즘 기업 현장을 방문하면 더 이상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밖에 없다는 체념 섞인 말을 많이 듣는다. 기업 현실을 외면한 주52시간근로제, 최저임금제,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등으로 국내에서 경영할 의욕과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둥지와 같은 안전기지(정부)를 잃어버린 함재기(기업)는 결코 각자도생할 수 없다. 정부의 안전기지 역할은 누차에 걸쳐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국경제호(號)에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위기 탈출이냐, 추락이냐를 선택할 시간이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가는 배처럼 다가오고 있다. 인생처럼 국가 경영에서 B(Birth·출생)와 D(Death·죽음) 사이에는 C(Choice·선택)가 존재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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