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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결국에는 더불어 숲을 이루다

2019-11-08기사 편집 2019-11-08 07: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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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연양초 교사 한숙희
새로운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각자 가진 개성들을 파악하느라 온 힘을 쏟았던 학기초를 넘긴 지난 4월. 이번엔 어떤 활동으로 아이들을 뭉쳐볼까? 그래, '문장전달 전화미션'이다. 방과 후에 전화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알아본 후, 문장전달 순서를 정한다. 문장 전달할 친구끼리 하루 종일 쫑알쫑알 "전화 꼭 받아야해." 의미심장한 미소로 서로에게 당부를 잊지 않는다.

오후 6시다. 첫 번째 아이에게 전화를 건다. "혜진아, 선생님이야. 지금부터 불러주는 문장 잘 받아 적어봐. 1.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2.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3.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 잘 받아 적었니? 그럼, 받아 적은 문장을 다음 친구에게 전달해 주렴." 문장전달 전화미션은 이렇게 시작된다. 궁금하다. 지금쯤 누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있을까? 과연 문장은 잘 전달되고 있는 걸까? 궁금증이 턱밑까지 쫓아와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던 차에 마지막 친구 채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다시 전달 된 세 개의 문장. 반 전체가 하나가 되어 전달했던 메시지다! 성공이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성공 메시지를 클래스팅에 올린 후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를 준비한다. 세 개의 문장이 주는 의미를 전할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낮은 곳으로 흘러도 아무 불평 없는 물. 가는 그 길을 높은 산이 막아도 커다란 바위가 있어도 흐르고 흘러 낮은 곳까지 이롭게 하는 선한 물 같은 아이들이 되어라.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작은 나무들이 서로 의지하며 자라난다면 머지않아 숲을 이룰 수 있어. 혼자 커보겠다고 옆에 서 있는 나무의 양분까지 차지하며 제 몸집의 크기만 키운다고 생각해 보렴. 다른 나무보다 도드라져 번개의 눈에 띄어 벼락 맞을 수도 있고, 혼자 너른 벌판에 서 있다 비바람에 쓰러질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무는 나무를 의지하고 서로의 양분을 나눠가지며 함께 자라나야 한단다. 더불어 살아가야만 숲이 되고 오래도록 버티며 살아갈 수 있어.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숲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워진단다.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 기나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면 더구나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면 혼자보다는 둘이 좋고, 둘보다는 여럿이 좋을 테지. 먼 길 가며 발 무거워 걸음걸이 더뎌질 때 노래 잘 부르는 친구의 노랫소리에 걸음이 가볍고, 이야기꾼 친구의 재미난 이야기로 험한 길이 모험의 길이 될 테지. 구불구불 힘든 길 마주하면 서로의 손 내어 주며 걸어봐. 그러면 굽은 길도 곧은길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거야. 그렇게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 줄 거야. 이왕 가는 것 여럿이 즐겁게 가자. 혼자서는 이 험한 세상 멀리 가기 힘드니까. 같이 가자.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었던 오늘의 마음으로 여럿이 낮은 곳까지 흘러가 결국에는 더불어 숲을 이루자. 한숙희 연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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