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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먹거리로 보는 우리말이야기

2019-11-07기사 편집 2019-11-07 0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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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지난 이야기에선 우리 주변에 즐비한 간판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언어 실태는 간판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상품들의 이름에도 우리말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과일 주스는 자연에서 따옴을 강조하여 그 이름도 '따옴'으로 지어 신선함을 내세웠다. 소비자가 과일 주스에서 선호하는 점을 잘 반영하여 이름 지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또, 어느 호두 맛 아이스크림 광고에서는 호두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모습으로 구성하며, 호두 맛의 정상을 의미하는 '호두마루'라는 이름을 짓기도 했다. 여기에서 마루는 '대청마루'의 마루를 뜻하는 것이 아닌,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꼭대기'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밖에도 팥이 가득함을 내세운 '파시통통', 눈을 감으면 자꾸 생각난다는 내용을 언어 유희로 담은 '눈을감자', 이름만 들어도 그 맛을 알 수 있는 '아이셔'와 같은 이름은 우리말로써 상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와닿게 한다.

이렇듯 우리말을 잘 활용한 상품도 찾아볼 수 있지만 아직은 외래어 및 외국어를 사용한 상품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상품의 특성에 따라 외래어가 어울리는 이름을 지을 수 있다. 그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종종 그 외래어마저 틀리게 사용하는 경우가 눈에 밟히는 것이다.

이전까지 흔히 보이던 '케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케이크'로 바꾸어 적고 있다. 이전의 '슈퍼마켙'의 간판들은 '**마트'의 이름으로 대개 바뀌면서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자의든 타의든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바뀌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예전 표기 그대로 고집하는 상품도 있다.

우리가 흔히 '케첩'으로 부르는 소스는 '케찹'과 혼동되어 잘못 적곤 한다. 그러나 이 소스로 유명한 국내 기업은 '케챂'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신복고(뉴트로, newtro) 열풍이 불면서 다시금 떠오르는 '훼미리 주스'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

기존의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상품의 이름은 그것이 현재의 기준에서 잘못 표기가 되었다 하더라도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상품일수록 그 이름의 노출이 쉽게 된다는 점을 살핀다면,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하여 단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올바른 이름으로 고쳐 쓰려는 노력을 광고한다면, 업체의 긍정적인 인상을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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