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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국회 의석수 늘리자는 발상

2019-11-07기사 편집 2019-11-06 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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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구성은 나라마다 다르다. 양원제와 단원제가 있고 명칭도 제각각이다. 그러다보니 의석수에 딱히 공통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인구 비율과도 상관이 없다. 세계에서 국회(의회) 의석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전국인민대표회의)으로 2980석이다. 인구가 많아 그럴 수도 있다. 인도는 상하원이 790석으로 인구비율로 따지면 가장 적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헌법에 200인 이상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한선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 1948년 제헌국회가 200명으로 문을 연 뒤 의석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13대부터 18대 국회까지 한동안 299석이었다가 2012년 19대 국회에서 세종특별자치시에 1석을 늘려 300석이 됐다. 국회가 문을 연지 64년 만에 국회의원 300명 시대를 맞았다.

그런데 20대 국회 막바지에 이 300석을 더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의원 세비 동결을 전제로 10% 범위에서 의석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불을 댕기자 군소 야당들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여당 일부 의원들도 당론과 상관없이 호응하고 있다. 의석수를 늘려보자는 생각은 이들만이 아닐 것이다. 현역의원 대다수가 대놓고 말을 못하지만 같은 생각일 게다.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선 현역의 25%는 물갈이를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야말로 현역의원들에겐 위기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석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의석수 확대는 결국 밥그릇을 챙겨보겠다는 속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회의원이 더 늘어나야 입법 활동을 충실히 할 수 있다는 것은 포장일 뿐이다. 세비 총액 동결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의정활동의 모든 비용은 국민들의 세금이다. 의원 한명에게 들어가는 국비 중 세비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세비 총액을 동결한다 해도 사무실 운영비, 정당보조금 등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의석수 확대는 곧 국민부담으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국회가 일을 하지 않으면서 특권만 누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60% 넘는 국민들이 현행 300석도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기 중인데도 여기저기 의원석이 비어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지난달 말 기준 27.5%로 역대 최저다. 입법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여야 의원들도 '20대 국회가 최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의원 스스로 의석수를 늘리자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의원이 늘어나면 국회에서 싸움만 늘 것이란 건 안 봐도 비디오다. 개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따라 입법과 표결을 하는 현실을 볼 때 의석을 늘린다고 해도 변화를 기대하는 건 백년하청이다. 아니라고 강변해도 국회의원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면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민 뜻은 국회 의석수 늘리기에 한 눈 팔 일이 아니라 제발 일 좀 하라는 것이다. '밥값'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밉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국민 300명을 모아놔도 지금의 국회보단 일을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지만 필자만의 '망상'이길 바랄뿐이다. 일도 안하면서 의석수를 늘리자는 것은 국민들을 그만큼 우습게 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시는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을 하지 못하게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매운맛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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