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한 성] 앤절라 사이니 지음/ 김수민 옮김/ 현암사/ 392쪽/ 1만 8000원

열등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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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남성이 여성보다 더 튼튼하고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존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다. 실제로 유아 사망률만 보더라도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첫 달에 사망할 위험이 약 10% 높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하고 아픈 사람도 많다는 편견을 갖게 됐을까.

아마도 같은 질병에 걸려도 여성은 살아남고 남성은 그렇지 못해서, 아픈 남성이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 중 한 가지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약물이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체를 연구한다면서 실제로는 남성의 신체를 연구하고 이를 여성의 몸에 적용한다. 더군다나 일부 과학자들은 성별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에 맞지 않는 것을 단순한 예외라며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에만 주목한다. 심지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논문은 애초에 읽으려고 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존재한다. 그러고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과거의 사고방식을 진화에서 비롯된 인간의 특성이자 자연의 법칙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낙태의 자유와 여성 투표권, 교육 방침 등 주요한 사안들을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또 이들은 정신과 육체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틀을 잡아주었다. 우리는 과학자들이 전달하는 내용은 모두 객관적인 사실이며 과학은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믿고 있다.

과학은 인류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진화가 시작된 바로 그 시점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과 관련해서는 그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1901년과 2016년 사이에 911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는데 이들 중 여성은 48명 뿐이다. 그 중 16명은 노벨평화상, 14명은 문학상 수상자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수학상인 필즈상의 경우 여성이 상을 탄 사례는 2014년 단 한 번뿐이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까, 여성의 뇌가 본질적으로 남성의 뇌와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닐까.

이것이 과학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을 보기 힘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부분을 이야기한다.

우리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불확실한 의문은, 여성이 단지 신체적·정신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절대로 남성과 동등한 성취를 이룰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을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다.

어떤 것이 여성의 진정한 모습인가를 밝혀내고 편견에 가득찬 과학자들이 숨기려했던 진실, 남녀평등이 진정한 `자연의 법칙`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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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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