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 설명하는 케빈 새칭거·제이미 야오 구글 AI 퀀텀팀 연구원
[구글 코리아 제공=연합뉴스]
양자 컴퓨터 설명하는 케빈 새칭거·제이미 야오 구글 AI 퀀텀팀 연구원 [구글 코리아 제공=연합뉴스]
지금껏 보지 못한 컴퓨터가 우리 시대에 다가오고 있다. 고전물리학에서 양자물리학으로, 거시세계에서 미시세계로 진입한 ‘양자컴퓨터’ 이야기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이야기지만 최근 구글이 개발중인 양자 칩 ‘시커모어(Sycamore)’가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에 도달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과학 학술지 네이처지에 실리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양자 우위란 쉽게 말해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입증된 상태를 일컫는다. 구글은 이 발표에서 현존 최고 슈퍼컴퓨터 ‘서밋’이 1만 년 걸릴 계산을 자신들이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200초 만에 해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의 성능을 앞질렀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50 큐비트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구글이 53 큐비트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것.

서밋의 개발자이자 양자컴퓨터 분야의 라이벌인 IBM은 이 발표 후 곧바로 “‘서밋’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라며 “1만년이 아닌 이틀 반이면 끝낼 수 있는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글이 달성했다고 하는 부분은 양자컴퓨터에 유리한 연산에 국한된 것이고 그 정도는 자신들의 양자컴퓨터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결과로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회사가 자존심을 걸고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양자 우위’와 양자컴퓨터는 대체 어떤 것이고 개발이 된다면 어떤 것이 가능해지는 것일까?

양자컴퓨터는 얽힘,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을 활용해 연산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컴퓨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의 비트를 기반으로 이뤄져 있어 연산 작업을 차례대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100만 개의 연산 작업이 있으면 이를 하나하나 훑어본 후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공존하는데, 이를 큐비트(Qubit, Quantum bit)라고 한다. 양자의 세계에서 이 큐비트는 두 가지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중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큐비트는 관측이 됐을 때 비로소 값이 정해지게 된다. 그전까지는 큐비트가 어떤 값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디지털 컴퓨터에서 4개의 비트가 있다면 이들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총 16개가 끝이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0과 1, 둘 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6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큐비트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20개의 큐비트만 있어도 약 100만개의 연산을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즉, 수억, 수조개의 연산과정을 디지털 컴퓨터가 하나씩 계산할 때 양자컴퓨터는 한꺼번에 처리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양자 우위에 도달했다는 구글의 발표는 미래 과학의 새로운 이정표와도 같은 획기적인 일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것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양자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오류 발생률이 높기 때문이다. 설령 개발이 된다 해도 일반 컴퓨터에 활용하기는 어렵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절대 0도(-273.15℃)에 가까운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양자컴퓨터가 개발이 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면 미래의 신약 개발, AI, 립러닝 등 복잡하고 다양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연구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양자컴퓨터의 활용 방법은 미지에 남아있지만 빠른 연산 능력을 통해 미래 과학 분야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 부분이다.

1985년부터 양자컴퓨터 개발에 착수한 IBM이 전통적으로 연구를 주도하고 있었지만 최근 구글, 인텔 등이 연구에 가속도를 붙여 따라잡고 있는 중이다. 삼성 또한 양자컴퓨터가 미래를 이끌 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연구에 투자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과연 양자컴퓨터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이 열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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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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