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지난 주 지인들과 함께 전남도 순천시에 있는 순천만국가정원에 다녀왔다. 순천은 주위에 산,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있어 `소강남`으로 불릴 만큼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전통과 종교, 역사 등 인문학적 자산도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으며 112만㎡에 505종의 나무와 113종 315만 본의 꽃이 식재돼있다. 세계 13개국의 정원형식과 계절 및 주제테마에 따라 조성되는 테마정원 14개, 그리고 참여정원 30개소로 총 57개의 주요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전남 담양군에는 소쇄원(瀟灑園)이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원림이 있다. 명승 40호로 지정됐으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와 도가적 삶을 살아온 조선시대 선비들의 만남의 장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보존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배이다. 내원(內園)의 면적은 넓지 않지만 그 안에 조성된 건축, 조경 등은 자연과 인공의 배치가 절묘하며 주요 조경 수목으로는 담양의 대표인 대나무와 매화, 소나무, 난, 동백, 배롱 등이며 조경물로는 너럭바위, 아담한 폭포, 고목, 연못 등이 있어 내·외부 공간을 아우르고 감싸는 조화로운 곳이다.

서울 창덕궁에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조선시대 궁의 후원이 있으니 바로 비원이다. 비원은 조선왕궁의 놀이와 잔치 장소로 활용된 대표적인 조원(造園) 유적이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다. 연산군은 비원에서 여희들과 더불어 술로 잔치를 벌이고 사냥을 즐기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성들이 엿본다고 해 부담을 높게 쌓고 민가를 헐어내 쫓아내었다는 서글픈 기록도 있다고 한다. 비원이라는 명칭은 1904년(고종)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원은 사용하는 사람들의 부류가 한정적이었으나 현대에는 시민들의 문화 및 레저, 휴식공간을 제공함으로서 지친 삶에 원기를 불어 넣는 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한밭수목원이 조성돼 있다. 2000여 종이 넘는 수목과 초화류 등으로 조성된 한밭수목원은 종의 다양성과 희귀식물의 종을 보존하고 증식시킴으로서 식물의 유전자원도 확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정원, 비원, 수목원, 공원 등 꽃과 나무를 관람하기 위해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불하며 지친 몸과 마음이 기댈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심지어는 조경이 예쁘게 꾸며져 있는 카페, 식당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시민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현대의 아파트 단지에는 아름다운 조경공간이 조성되어 있는데 왜 그럴까. 이는 입주민들의 공유물이라는 인식도 있겠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보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안에서의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서가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 하나 복잡한 도심 속 생활에서 벗어나 도심인근 전원주택으로의 주거환경 변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집 마당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나만의 정원을 꾸미면서 도심보다는 잠시나마 여유로운 생활을 생각하기에 많은 이들이 주택에 대한 이상을 꿈꾸고 있다.

그렇지만 전원주택의 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정원을 꾸미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집을 계획할 때 정원에 대한 계획도 함께 진행하여 꽃, 나무, 의자, 그늘막, 조각물 등 하나하나에 고민의 흔적이 많아야 한다. 이는 집, 정원, 텃밭. 주차공간 등 모든 것이 대지의 범위안에 있기 때문이다. 정원에 사용되는 기본식물은 잔디, 교목, 관목, 넝쿨식물이다. 모두 물 빠짐이 잘되는 토양을 필요로 한다. 잔디는 이식 및 번식이 잘되므로 공간구성에 탁월하지만 자라는 속도 또한 빨라 자주 깍아줘야 한다. 교목 또한 크기나 모양, 색깔이 다양해서 어느 형태의 정원에도 잘 어울린다. 관목은 수고가 높기 때문에 손이 덜 가는 위치에 식재해 관리하는 것이 용이하다. 넝쿨식물은 건물과 담장의 선을 부드럽게 보여주거나 정자 및 그늘이 필요한 곳에 식재하면 더운 날 햇빛을 잠시 피할 수 있다.

이렇듯 정원은 다양한 요소들을 어떻게 배열하고 서식장소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을 계속해야 하기에 전원주택과 정원 조성의 이상을 품고 있는 도시민이라면 사전에 여러 주택을 답습하며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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