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기자
조수연 기자
예술가도 노동을 한다. `예술인` 하면 흔히 자유롭고 즐거운 삶을 떠올리지만, 그들도 여느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음악가는 한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곡을 썼다가 지우는, 지루하고 고된 노동을 반복해야 한다. 공연 일정이 잡히기라도 하면 완벽한 무대를 위해 연습을 거듭하고, 악기를 닦고, 전국의 공연장까지 옮기는 중노동도 마다한다.

노동강도와 열정에 비해 그들의 생활은 어렵다 못해 궁핍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 소득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예술 종사자가 전체의 72.7%나 된다. 공연비를 받아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전업예술인은 57.4%에 불과하다. 창작과정마다 돈이 들어가는데 버는 돈은 적으니 투잡, 쓰리잡은 필수다.

예술은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예술을 하겠다는 선택은 곧 가난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일까.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돈을 지불하려는 의지가 약하다.

대전의 대표적인 재능기부식 공연인 대전음악제가 5년째 열리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출연료도 없이 매주 토요일 무대에 기꺼이 올랐다. 주최측 관계자들은 주말을 반납해가며 인건비를 절약하고, 개인 피아노까지 무대에 옮겨놨다. 그러나 음악제의 취지에 공감해 기꺼이 무료공연 무대에 오른 출연진들에게 돌아온 것은 "우리도 무료공연 해달라"는 말이었다. 예술인들의 봉사를 강요하거나 당연시해온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세상이 변했다. 시민들이 문화를 대하는 자세가 지역의 수준을 대변하고, 잘 만든 문화 콘텐츠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리는 시대다. 당연시하지 말고, 충분히 예우해야 한다. 시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무조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가능성을 증명한 기존의 문화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지역의 예술인들에게 더 이상 대전을 떠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한다. 예술가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마음놓고 하고싶은 거 다하라"고.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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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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