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역할 충실해야

지난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 이 제도는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를 통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다.

병원은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 영양사 등 다양한 직군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규모가 클수록 특수 분야의 업무 수행이 요구돼 더 많은 직군이 필요하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특수 조직으로 타 직장보다 사고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구성원간의 존중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해 동료 간 갈등 요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점은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에서의 우위다. 우월적 지위를 단정해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법에서 규정한 예를 보면 선·후배, 개인·단체, 정규직·계약직 등이 해당되는데 우위를 단정 짓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은 의사와 간호사, 간호사와 환자 간 괴롭힘 즉 갑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 처방을 지시하고 수행하는 업무 역할에 따른 수직관계가 형성된다.

의사 입장에선 자신의 처방에 따른 업무 수행이 늦거나 잘못되면 간호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질책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의 경우 무단으로 외출을 하거나, 보호자나 단체 면회객이 방문할 때, 종종 규정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

간호사는 무단 외출 시 생길 수 있는 환자의 컨디션 변화로 질병이 악화될 수 있고, 단체 면회 시 감염 우려가 있어 주의를 당부한다.

그러나 환자는 간호사를 무시하는 태도로 `나는 환자니까 병원 직원들은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을 들어줘야 한다`며 고함과 반말로 거친 행동을 한다.

이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질 좋은 의료서비스는 어려워진다. 환자를 직접 관찰하고 돌보는 간호 인력의 이직이 늘어날 수 있다.

`존중과 배려`는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든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병원 의료진은 환자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환자는 신뢰를 통해 의료진이 치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규정이나 지시 사항 등을 잘 따라야 한다.

환자의 목적은 자신의 질병을 치유하는 것이고, 의료진은 자신의 의술을 통해 환자의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다. 수레가 움직이기 위해선 큰 수레바퀴의 힘이 중요하지만 작은 보조 바퀴의 도움 역할이 없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병원이라는 수레를 움직이기 위해 모인 큰 바퀴와 작은 바퀴가 조화를 이뤄 굴러갈 때, 높은 산도 능히 오르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역할에 따라 수레의 큰 바퀴, 작은 바퀴가 된다는 점을 안다면 우월적 지위에 따른 부작용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서미경 대전 대청병원 간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