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지역 건물주 "월세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뚝… 1년 가까이 공실"

4일 대전 원도심(중구 은행동)의 한 상점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4일 대전 원도심(중구 은행동)의 한 상점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세종에 상가만 갖고 있으면 노후 걱정이 없을 줄 알았어요."

세종시 나성동과 보람동에 각각 상가를 갖고 있는 상가주 A 씨의 하소연이다. A 씨는 2016-2017년 세종 나성동, 보람동 등에 위치한 전용면적 33-50㎡ 상가 7채를 남편과 본인의 퇴직금을 들여 구매했다.

상가 구매 당시 받은 대출 금액만 1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가 7곳 모두 1년 가까이 공실을 유지하면서 A씨는 현재 생활조차 힘든 상황이다. 잠시나마 들어왔던 세입자도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 계약해지 했다. 상가 계약 당시 투자금액 대비 10% 수준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말에 혹해 한 상가당 300만 원의 월세를 기대했지만 현재 100만 원에도 세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A 씨가 소유한 상가 주변 임대인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일부 상가에서는 6개월 렌트프리(일정 기간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는 임대 방식)를 내걸어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상가 계약 당시 월세 300만-400만 원은 무조건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상가를 구매하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출 이자를 납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세종 신도심 상권의 공실률이 가속화되면서 건물·상가주들이 `줄도산`위기에 처했다. 지자체, 관련기관이 내놓은 상가활성화대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은 채 썰렁함만 감돌고 있다. 임대료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도 세입자는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업계는 상가 과잉 공급을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종이 50만 명의 도시로 성장한다 해도 현재의 상가공실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대전의 주요 상권 또한 상가 공실 사태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핵심상권인 둔산동은 물론, 원도심까지 곳곳에 `임대문의`현수막이 걸려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4일 오전 11시쯤 서구 둔산동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인근. 상가 건물 외벽 곳곳에 붙은 `임대 문의`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갈마지하차도부터 타임월드를 지나는 대덕대로변 인근 건물 20여 채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이 1-2개씩 걸려있었다. 이 곳은 병원, 통신사, 제과점 등이 들어서 있던 곳이었다. 일부 건물 내부에는 오랜 기간 왕래가 없던 듯 먼지가 쌓여있기도 했다. 발길을 돌려 식당 등이 밀집된 지역 역시 군데군데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철거를 시작한 곳도 있었고 높은 임대료 탓에 2개월 째 비어있는 상가도 있었다. 한 식당은 "탄방동으로 이전한다"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했다.

둔산동의 한 식당 업주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다. 손님은 줄어드는데 인건비는 올라 장사하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원도심인 중구 은행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중구 중앙로 170번길 입구에 위치한 안경점에는 `특급 임대`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폐점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듯, 입구를 잠근 자물쇠에는 먼지와 녹이 끼어있었다. 으능정이거리에는 `점포 정리` 종이를 붙이고 화장품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고객은 10명 정도 있었지만, 이외 가게들은 손님이 적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맞은편 건물 3층에는 철거가 진행 중인 듯 창문이 깨진 채 방치된 가게도 있었다. 이날 돌아본 원도심 일대에는 임대 현수막을 내 건 가게가 7곳이었다.

대전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역 상권이 침체 되는 원인은 상권 분산 현상. 유성구 쪽에 큰 유통업체가 들어올 계획이 있는 등 상권 분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소비 심리 위축 등도 지역 상권 침체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임용우·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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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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