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가공실 1위 불명예 세종… 대전도 전국 평균 웃돌아

세종 보람동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텅텅 빈 모습. 사진=임용우 기자
세종 보람동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텅텅 빈 모습. 사진=임용우 기자
`고분양가`, `임대료 상승`, `공실`…. 대전과 세종 지역 일부 상권에서 발생하는 상가들의 악순환이다. 저금리 기조에 수익형 상가를 중심으로 투자금이 몰리며 분양가는 치솟고 있지만 세종은 전국 상가 공실 1위라는 불명예를, 대전의 공실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공급 과잉 현상까지 더해지며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등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지만 고분양가에 따른 임대료마저 급등하고 있어 악순환의 연속이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분기 세종시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9.6%로 전국 평균(5.9%)을 크게 웃돌았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8.4%로 전국(11.5%)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도심 등의 중심상권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세종시, LH가 용역 결과에서는 세종지역 상가 공실은 무려 3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우선 인구에 비해 과도한 상가공급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감정원 조사결과, 세종 1인당 상가면적은 8.1㎡로 서울 인근 위례신도시(3.6㎡)의 두 배에 달한다. 또한 높은 분양가도 대규모 공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높은 분양가에 따라 임대료도 높게 책정되며 공실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세종 나성동의 1층 상가는 2018년 3.3㎡ 당 평균 4000만 원에 분양됐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 `상가의신`이 지난 달 29일 발표한 전국 상가 평균 분양가인 3020만 원보다 1000만 원 가량 높은 금액이다.

고분양가는 높은 임대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발표한 `행복도시 상업시설 모니터링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 임대료는 ㎡당 2만8700원으로, 대전 2만4900원, 인천 2만6500원, 대구 2만5400원 등 주요 광역도시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요 상권의 대규모 공실이 지속되면 상가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태열 다산부동산 사무소 대표는 "과도한 상가 공급과 높은 분양가·임대료 등이 맞물리며 공실이 더욱 악화된 것"이라며 "1층 상가도 공실을 면치 못하고 있어 세종상가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도 상권 상가들의 공실률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세종과는 달리 수익악화, 인건비 상승 등 요인으로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지면서다.

이날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대전지역 공실률(중대형상가 기준)은 2017년 1분기부터 2018년 4분기까지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10.9%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1분기 11.3%, 2분기 12.0%, 3분기 12.4%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상가 공실률은 올 3분기 기준 전국 평균 공실률인 11.5% 보다도 0.9%가 높다.

대전 상가 공실이 심화되는 이유는 인건비 인상에 따른 임차인의 재정부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 행정기관이 밀집해 대전 핵심상권으로 꼽히는 둔산동마저도 식당 등 폐업이 잦아지면서 공실률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수익이 줄어들다 보니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권리금 없이 매물을 내놓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김춘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 서구지회장은 "둔산동 상가 공실은 수익 감소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임차인들의 재정부담이 가장 큰 이유. 상가 평균 임대료는 특수지역을 빼곤 상승이 멈췄기 때문"이라며 "이름만 대도 아는 맛집도 수익이 20-30% 감소하는 등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공실사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욱·임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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