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근대문화유산 답사기] ⑪ 청소역

청소역 전경. 사진=보령시 제공
청소역 전경. 사진=보령시 제공
청소역은 천안역을 기점으로 서해안을 따라 전라북도 익산역을 향하는 장항선에서 유일하게 남겨진 간이역이다. 1929년 역원을 배치해 운영하다 1958년 보통역으로 승격한 후 1961년 새로 지어진 단층구조의 벽돌조 역사다. 원래의 이름은 인근마을의 이름을 따서 진죽역이라 불리다 청소역으로 개칭됐으며, 장항선에 남아있는 역사 중 가장 오래된 역사로 희소적 가치가 높다, 한국전쟁 이후 근대 간이역사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2006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장항선 철도의 개통과 청소역=장항선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침탈을 목적으로 일본 사설의 조선경남철도주식회사가 충남선 이름으로 1929년 천안-온양구간을 개통하고 1932년 장항역과 장항잔교까지 연장해 전 구간이 개통됐다. 충남선은 천안을 기점으로 모산-온양온천-신창-선장-신례원-예산-삽교-홍성-광천-보령-대천-온천-간치-판교-서천-장항-장항잔교 까지 총연장 144.2km 구간이다. 1946년 사설철도의 국유화 정책에 따라 국유화되며 장항선으로 개칭됐다. 충남선의 기점인 천안은 호두의 생산지로 천안-안성 사이의 직산은 사금(砂金)지대로 유명했다. 충남선이 통과하는 예산은 충남선 주변에서 곡류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창지대이고 홍성은 쌀, 목재, 누예의 산출지였다. 종착역인 장항은 충남선이 부설되기 전 군산으로 도항하는 작은 포구에 불과했으나 철도 개설 이후 항구와 시가지가 개발되고 제련소, 제면소, 정미소, 은행이 들어서는 등 금강하구의 주요 항구도시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충남선은 1940년 천안-장항을 7회 왕복했다. 청소역은 광천과 보령 사이에 임시역으로 설치 운영됐으며 1958년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마지막 남겨진 간이역, 시간이 멈춰진 곳=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다. 자가용도 버스도 없던 시절 문명의 온기가 퍼져나가던 길이다. 낡고 자그마한 건물, 조용한 시골 동네 임시승강장 같은 느낌의 간이역은 우리네 삶을 이어주었던 소중한 장소다. 장을 나서는 듯 짐보따리를 머리에 인 아낙이 걸음을 재촉하고 양복을 차려입은 노신사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들어 올 것만 같은 오래된 풍경. 시간이 멈춰진 곳이다. 청소역에는 하루 4번 무궁화호가 찾아온다. 삐-익 기적소리가 울리면 멈췄던 시간은 잠시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승용차 보급이 늘어나고 버스망이 잘 갖춰지면서 간이역은 점차 사라져 갔다. 장항선의 첫 간이역인 모산역은 수도권 전철에 입지가 좁아진 데다가 고속철도망이 생기면서 10여년 전 문을 닫았다.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던 충청도 양반들도 현대화 물결 속에 시간에 쫓기는 삶 속으로 밀려갈 수 밖에 없었다. 신창역, 학성역, 선장역 등 천안에서 장항까지 수십개 간이역들도 모두 모산역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청소역은 추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간이역이다. 충남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 343-1로 진죽 마을 중심부에 위치하며 건축면적은 79.95㎡ 규모의 단층 벽돌로 지어져 근대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의 서측 전면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고 철로의 동측 후면에는 경작지가 펼쳐지고 오서산이 훤히 바라다 보인다. 마을은 장항선 및 역사와 나란히 난 2차선의 국도를 따라 나란히 좁고 길쭉하게 형성돼 있어 영화 택시 운전사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했다.

◇자그마한 대합실… 분주했던 시간의 흔적 남아=청소역사는 기본 평면형을 취하면서 대합실-역무실-부속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정면이 역전 광장을 향하고 배면이 철로 쪽으로 향한다. 대합실과 승강장 사이에는 개찰구가 있으며 개찰구 밖에 기차를 타러 나온 승객이나 기차에서 내린 승객이 잠시 비를 피하고 햇빛을 가릴 수 있도록 포지가 설치되어 있다. 대합실은 17.80㎡ 크기로 자그마한 장방형이다. 대합실은 여객이 시가지 쪽 출입문으로 들어와 표를 구입한 후 철로 쪽 출입문을 통해 승강장으로 나가지 전에 잠시 대기하는 공간이다. 청소역 대합실의 정면과 배면 출입구에는 현재 양여닫이 유리문이 설치되어 있어 역전광장에서 선로까지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대합실과 역무실 사이 벽체 중앙에는 굴뚝이 뛰어나와 있다. 이는 예전 역무실과 대합실에 설치했던 난로의 연통을 연결시켜 밖으로 연기를 내보내던 굴뚝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가지쪽 방향 벽에는 매표창구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위쪽으로는 열차시간표가 붙어있던 흔적이 남아있다. 승강장은 상하행선 철도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승강장의 폭은 3m, 길이는 200m이다. 바닥은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고 바닥 상부에는 안내판과 가로등만 있으며 승객이 휴식할 수 있는 의자나 편의시설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역 부속사로는 역 북쪽으로 나란히 위치하며 콘크리트 기초위에 적벽돌로 된 단층형 조적조 건물로 지어졌다. 벽체는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벽돌이 사용됐고 지붕 구조는 창고와 화장실이 조금 다르다. 창고는 벽체 위 지붕틀은 목구조인데 트러스를 짜지 않고 간략하게 역어서 목조틀을 형성한 후 그 위에 개판을 대고 골스레이트를 올렸다. 그에 반해 화장실은 박공을 만드는 과정까지는 창고와 같으나 목조틀과 개판 사이에 각재를 삽입했다. 화장실 바닥은 자기질 타일로 마감되어 있고 나머지 창고 바닥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마감표면으로 되어 있다.

◇2020년 역사 기능상실… 관광명소화 사업=장항선 직선화 사업이 2020년 완료되면 청소역은 직선화된 장항선에서 벗어나 역사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청소역은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이자 1960년대 초 소규모 역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역을 중심으로 일대에서 가장 큰 장인 청소장이 설 정도로 번성했던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다. 보령시는 장항선 구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건축양식의 간이 역사를 보존하고 철도여행의 낭만과 추억이 있는 관광명소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청소역 근대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을 펼쳤다. 철길 체험 산책로를 조성하고 조경과 휴게시설을 확충했으며 기차 조형물을 제작해 관광객들에 기차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도록 하고 있다. 최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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