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아 시인
박세아 시인
가을풍경에 노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는 곳 마다 환상적인 자태를 품은 단풍이 시원한 바람을 몰고 오는 계절이다. 더운 여름에게 비껴달라고 애원하듯 손꼽아 기다린 가을이 즐겁고 행복하다. 솔초록으로 빛나던 나무들은 알록달록 노랗게 물들어 가는 주황빛 스카프 날리며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며 가을 놀이를 한다. 가을 풍경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는 퍼즐처럼 바스락 바스락 만져보며 완성으로 열매를 맺는다. 결실의 계절, 여름 동안 땀 흘렸던 노력을 맛보며 즐긴다.

부드럽고 달콤했던 입맞춤의 감촉은 잊었지만 / 그 설렘이 때로 저의 가슴을 요동치게 합니다 / 보고 싶습니다 / 그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 10월이었지요 / 행복했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10월)이란 시이다. 창에 드는 햇살은 따듯하게 보이지만 이제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창밖으로 피어난 국화는 따듯하고 달콤한 입맞춤의 감촉 같지만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문 앞에 온 것을 슬퍼한다. 가을이 왔을 때의 그 설레임을 가슴이 요동치게 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가을을 보내기 싫어하면서 가을이 있어 행복했다는 고백을 통해 겨울이 오는 것을 아쉬워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야 할 가을이 걱정과 한숨이 가득함으로 하늘을 채웠다. 공의와 정의가 흐를 것 같았던 파란하늘에 불의로 인한 분노가 붉게 물들고 있다. 10월 하늘에 서로가 자기의 주장을 목청껏 외쳤다. 어둡고 깜깜한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고 추운 겨울로 돌아온 것이다. 시원해야 할 가을 하늘이 서로가 한숨 만 뿜어내는 답답한 황사만 가득히 몰려온다. 우리의 조국 하늘은 청명할 줄 알았다. 그러나 너무 부끄러워 얼굴도 못 들을 정도이다. 우리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쳐도 귀를 막고 듣지도 않는다. 국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140일 이상을 울고 있다. 자기의 생각하고 조금 다르더라도 왜 울고 있는지 내려와서 물어 보아야 한다. 옛날에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혁명이 끝나고 다친 학생들을 만났다. 이승만을 보자 학생들은 큰절을 하며 할아버지를 외치며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용서를 빌고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10월의 마지막 밤 지금도 아스팔트 위에서 지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추울까?

박세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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