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소수 정당 공조로 정치·사법개혁 추진

문희상 국회의장이 엊그제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부의 일자를 12월 3일로 확정했다. 이로써 오는 27일 본희의에 자동 부의되는 선거제 개혁안과 더불어 상정 및 표결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달 여가 지나면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와 사법개혁법안의 운명이 판가름 나게 된 것이다.

현재로선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차가 너무 크고, 나머지 정파간 지향점도 달라서 이들 법안의 미래를 점치기는 힘들다. 선거법은 지역구 축소에 따른 반발과 의원 정수 확대를 둘러싼 이해가 맞물려 혼돈상태다. 공수처 설치는 강행하려는 민주당과 저지하려는 한국당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군소 야당의 이해를 어느 쪽이 충족시켜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듯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4월 이들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과 힘을 합쳤다. 한국당은 육탄저지에 나섰지만 힘에서 밀렸다. 양측의 충돌로 국회는 `동물국회`라는 오명과 100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제 패스트트랙의 본회의 부의 일정 결정으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국회에는 의심과 불신이 판치고, 극한 대결과 공방을 얼룩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이란 명분으로 선거제 개편을 주도하지만 한국당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는 진보 성향 소수 야당의 의석수 확대로 한국당을 포위하려는 전략일 뿐이란 것이다. 진보진영이 개헌선을 확보하게 되면 민주당이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도모할 것으로 예측도 떠돈다. 한국당이 반발수위를 높이는 이유다.

사법개혁안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 공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 권력을 분산하자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공수처에 이르면 결이 달라진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통해 대통령을 비롯한 검경 판검사 등 권력자들의 범죄와 비리를 예방하고 단죄하자고 한다. 한국당은 공수처가 특정 이념에 경도된 사람들로 구성되고 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야당 탄압의 도구나 다름없이 된다며 결사반대로 나서고 있다. 선거법이나 공수처법 모두 보수정당 궤멸을 가져올 악법이란 것이다.

이런 의심과 불신은 법안의 본회의 부의와 상점 시점이 다가올수록 더욱 증폭될 것이다. 조국 전 법무장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임계점을 넘나드는 상호 비방과 날선 대립을 벌여온 양당의 자세는 한마디로 `너 죽고 나 살기`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4월 충돌과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감마저 가세하고 있기 때문에 정국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퇴로 없는 여야의 대치는 파국을 부를 가능성이 많다. 그 단초를 지난 4월의 충돌에서 목도한 바 있다. 결국 해법은 하나다. 국회, 여야에겐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만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극한 대결보다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령에 기대야 한다. 우선 민주당은 밀어붙이기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감과 인내심, 그리고 포용력이 필요하다.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한국당의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만 해도 국민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마당에 무조건 안 된다는 억지보다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20대 국회는 역대 국회 가운데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법률안 처리 실적도 역대 최저고, 걸핏하면 장외로 뛰쳐나가 민생을 볼모로 잡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내년 총선 승리가 절박하고 정권을 유지와 교체가 중요해도 국민의 신망을 잃으면 헛된 일이다. 패스트트랙이란 난제를 지혜롭게 풀어내 20대 국회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야 말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김시헌 서울지사 정치담당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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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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