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충덕 북칼럼니스트
노충덕 북칼럼니스트
지난 여름부터 장관 임용을 두고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고 있다. 가족, 친구, 동료 간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트지 않는 밤은 없고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지만, 긴 갈등은 큰 기회비용이 들어가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가?

씨앗은 껍질을 뚫고 나와야만 새싹이 된다. 씨앗이 성장하여 열매를 맺으려면, 물, 공기, 빛이 필요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해 교류하며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관계를 맺는 수단은 언어와 문자다. 품격 있는 언어와 문자를 쓰는 것은 식물에 양질의 물과 공기, 빛을 공급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SNS를 보며 생각한다. 격이 있는 언어와 문자를 쓰고 관계를 이어가려면 소양이 있어야한다. 독서를 통해 품격 있는 비유와 은유, 명확한 의사 표현 방법을 익힐 때 관계를 해치지 않고 돈독할 수 있다.

쉬운 교양 철학책을 읽어 안목을 키워 보자.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 읽는 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분노하라>,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만날 수 있다. <육조단경>을 읽어 `양변을 여의라`를 이해하면, 한 걸음을 떨어져 볼 수 있다. 참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 보자.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도 떠올려 본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말이다. 수많은 기사를 모두가 다 검토할 수 없다. 찬성, 반대 혹은 유보 입장을 선택한 상태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자세를 갖자. 회색도 色이다. 색은 좋은 색과 나쁜 색으로 나뉘지 않는다.

진실과 강한 믿음은 다르다. 모든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판단중지(epoche)`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편견으로 판단하지 말고, 현상 자체를 관찰하고 판단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덜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줄 일 수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다.

노충덕 북칼럼니스트(`독서로 말하라` 저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