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찬]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백선희 옮김/ 문학동네/ 248쪽/ 1만 3800원

잘못된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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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는 유럽 동남부 발칸반도에 있는 작은 나라다. 유럽 최빈국이면서 약소국으로 강대국의 세력 다툼 등에 휘둘렸던 역사의 상흔을 안고 있다.

카다레는 조국인 알바니아의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잇따라 출간하며 유럽에서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던 알바니아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의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은 2005년 제1회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다.

공산 독재정권 하의 조국 알바니아의 혼과 집단기억을 문학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리는 그의 작품세계는 마르케스의 그것에 비견되며, 전제주의와 유토피아의 위험을 고발하는 헉슬리와 오웰의 뒤를 잇는 반(反)유토피아 가계의 마지막 후예로 꼽히기도 한다. 죽음과 파괴의 그림자가 너울대는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내용들, 우스꽝스러운 비극과 기괴한 웃음의 조화로 그는 세계적 작가의 자리를 굳혔다. 또한 2000년간의 외세 지배와 혹독한 스탈린 식 공산독재를 겪으며 유럽에서조차 잊힌 나라 알바니아를 역사의 망각에서 끌어낸 `문학대사`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일의 침략을 겪은 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선택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나라의 동요를 그린다. 혼란스러웠던 알바니아의 비열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알바니아에 군대를 이끌고 들어온 독일군 대령과, 알바니아의 손님맞이 관습법 `베사`를 근거로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군 대령과 그의 장교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한 대령의 옛 친구인 알바니아인 의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후 이날의 만찬이 엄청난 사건으로 번져가면서 급변하는 알바니아의 정세, 당시의 혼돈이 유머러스하고도 신랄하게 묘사되는, 카다레의 독특한 문학세계가 뚜렷이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혼란스러웠던 알바니아의 비열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린, 저자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올해 박경리문학상을 받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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