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대학 겸임교수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대학 겸임교수
시장경제가 작동되는 자본주의는 봉건경제와 자급자족의 원시경제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우수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제도의 모순과 폐단은 산업화가 고도화되면서 심화되었다. 무엇보다도 부의 편중과 장시간 노동이었다. 자본가는 부자가 되고 노동자는 더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화였다. 특히 산업화 초기시대에는 끼니를 유지하기 위하여 아동들이 하루에 12~16시간의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체제 부정과 자정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칼 마르크스 혁신적 공산주의 운동과 체제 방어적 개선 움직임이다.

먼저 1860년에 국제노동강령에서 1일 8 시간제도가 채택되었다. 이후 서구에서는 부분적으로 1일 8시간 제도를 도입하였고 1917년 소련은 이를 전면적으로 적용 하였다. 1919년에 이르러 서구의 대부분의 국가가 1일 8시간 주 48시간을 시행하였다. 그리고 1962년 ILO 협약에 주40시간 제도의 도입으로 주40시간은 보편적인 기준 근로시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지속적이고 끈질긴 노동운동과 자본주의 체제 유지라는 타협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며 1일 8시간 주48시간제가 도입되었다. 허나 사회적 규범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관공서에서나 명목상 유지하는 정도였다. 이런 근로시간 문제가 주요 사회적 아젠더가 된 것은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이다. 특히 70년도 전태일의 분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시간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시대적 상황과 산업화가 진전되며 여가와 휴식, 노동보존이란 필요성 등으로 1989년 주 44시간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주 40시간제가 2004년부터 점차적으로 도입 되어 2011년에는 5인 이상 전사업장으로 확대 시행하였다. 이때 법적 근로기준시간은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자본주의 존속이란 필요에 의하여 수동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 기준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나름은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함에도 지난해부터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갑자기 단축된 것으로 이슈화되고 있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그 이유는 2018년 7월 입법을 통하여 토, 일요일 일하는 시간도 52시간 범위 내에 포함하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통하여 토, 일요일 일하는 시간은 52시간에서 제외하였다. 즉 토, 일요일에 16시간 일하여도 52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유로 산업 현장에서는 주68시간이 통용되어 왔다. 사실상 16시간은 법적으로는 유령 근무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 16시간 때문에 300인 미만의 기업과 근로자들이 아우성이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강제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인건비 추가 부담, 인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인한 경영 압박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근로자들은 우려되는 임금감소에 생계를 걱정한다. 많게는 월 100만 원 정도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이래서 이제도의 내년도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도 기업주도 누굴 위한 강행이냐고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만큼 노동 시간의 역사성과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 성숙한 국민적 함의가 필요하다. 이는 법적으로 주52시간제가 2011년부터 전면 시행되어 왔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 노사정의 양보와 결단, 보완 등으로 연착륙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근로자는 늘어난 여가시간의 적절한 활용으로 임금 감소를 대체하고 기업은 생산성성 향상과 근무형태의 변경, 인원 충원 등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정부는 규모별 계도기간 확대, 탄력근로제 기간연장, 근로시간 적립제, 직무별 차등제, 당사자합의 존중이나 특단의 조치 등 유연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제 발등의 불이 된 주 52시간제의 확대 시행에 앞서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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