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소제창작촌 디렉터
이성희 소제창작촌 디렉터
개갈 안 난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보면 참으로 그렇다. `개갈 안 난다`는 뭔가 말이 마뜩잖거나 일의 형세가 시원찮을 때 쓰는 충청도 방언이다. 충청 출신의 소설가 이문구는 단편 <유자소전>에서 이 말을 자세히도 풀어놓았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개갈 안 난다`는 `보통 `말이` 맺고 끊는 맛이 없다거나, 섞갈리거나, 요령부득이다. `뜻이` 가당치 않거나, 막연하거나, 어림도 없다. `일이` 매동그려지지 않거나, 매듭이 나지 않거나, 마무리가 없다`라는 의미이다.

때론 이런 단순한 방언 하나가 어떤 철학적 경구보다도 현실에 대한 명쾌한 깨달음을 준다. `말`과 `뜻`과 `일`을 분명히 하고, 합당하게 진행하여 잘 매듭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역량의 문제보다 주어진 일에 대한 마음가짐,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말`과 `뜻`과 `일`에서 매순간 선택을 해야 하고 마음을 담아야 한다.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일에 있어서, 일에 대한 태도 혹은 마음가짐이 결국 일의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바른 마음과 올곧은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좋은 결과에 이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지켜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가변적이고 예기치 않은 상황은 늘 생겨나고 더불어 참여자들의 무수한 욕망이 부딪친다. 일견 고결하고 순수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예술문화 영역의 일들조차 예외일 수 없다.

추워진 날씨 탓에 한해가 가고 있음이 피부로 와 닿는다. 차가워진 공기를 마시며 올해 나의 말과 뜻과 일들은 어땠는지 떠올려본다. 개인이던 조직이든 자기합리화하거나 자위하기 보다는 자기반성을 해야만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대체로 그 원인을 바깥에서 찾으려 한다. 남 탓은 많고 자기반성은 없다. 아쉽고, 안타까웠던 일들, 혹은 속상하거나 분노가 치밀었던 일들도 냉정을 찾고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면 외부 보다는 내부에서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처럼, 주어진 일들의 매듭을 잘 짓고, 자신을 객관화하며 원칙에 충실하라고 스스로에게 되내어 본다. 불필요한 연민으로 문제를 직시하려하지 않고 외면했던 순간들을 반성한다. 냉철한 직관을 가지되 느리고 깊은 성찰 또한 잊지 않기를 희망한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고 어떻게 살아야 바람직한 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성공과 성취보다는 적절한 동기와 적정한 방법으로 내가 맡은 역할에서 말과 뜻과 일을 합당하게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적어도 `개갈 안 나지` 않게.

이성희 소제창작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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