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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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한 중소기업에서 영업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48·여) 씨는 요즘 들어 일손을 놓고 있는 때가 잦다. 올 1월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비정규직이면 뭐 어때`하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계약 종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해진 탓이다. 최저임금에 5000원 더 얹은 수준인 175만 원이 큰 돈은 아니라 해도 팍팍한 집안살림에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 씨는 "주부라는 한계 때문에 단순 영업지원을 하는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었다"며 "1년 만에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처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750만에 육박하며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여성, 60세 이상에서 도드라졌고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단순노무종사자 비중이 컸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매달 받아가는 돈은 173만 원 수준으로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했다.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748만 1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2055만 9000명)의 36.4%다. 2007년 3월 조사(36.6%)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8월과 단순 비교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661만 4000명에서 무려 86만 7000명(13.1%) 폭증한 것이다. 하지만 통계당국은 "올해 조사부터 기존에 없었던 고용예상기간 등 기준을 강화해 과거 조사에서 포착되지 않은 기간제근로자가 35만-50만 명이 추가로 포착됐다"며 "이번 조사와 지난해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이 412만 5000명(55.1%)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비정규직은 고용형태에 따라 한시적(기간제·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파견·용역·특수형태근로 등)으로 나뉘는데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들은 한시적, 시간제에 주로 분포해 있었다.

연령별 비정규직 근로자는 60세이상(25.9%), 50대(21.0%), 20대(18.2%) 순으로 높았다. 산업별로는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97만 8000명(13.1%),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230만 6000명(30.8%)으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은 노인 일자리 등 재정 일자리 확대, 고령화,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임금이 올랐지만 그 격차는 여전했다. 최근 3개월(6-8월) 월평균 임금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172만 9000원으로 정규직(316만 5000원)의 54.6%에 머물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한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264만 3000원)과 비교해도 65.4%에 지나지 않는다.

월평균 임금은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도 시간제가 92만 7000원으로 가장 적고 비전형 185만 8000원, 한시적 186만 원 수준이었다. 이들 모두 1년 전에 견줘 각각 6만 원(6.9%), 11만 1000원(6.4%), 4만 2000원(2.3%)씩 임금이 상승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평균 근속기간은 더 벌어졌다. 현 직장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7년 10개월로 1년 전보다 1개월 늘었으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2년 5개월로 2개월 줄었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 차이가 5년 5개월에 달하는 셈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 48.0%, 국민연금 37.9%, 고용보험 44.9%로 1년 전에 비해 1.3-2.1%포인트씩 상승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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