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업의 투자와 소비진작 목적

맹태훈 취재2부장
맹태훈 취재2부장
한국은행이 지난 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현행 연 1.5%에서 0.25% 포인트 내린 것으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25%가 됐다. 경기 부양과 함께 저물가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나아가 금융계에서는 내년 1분기 중 금리 추가 인하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하 행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간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지난 7월과 이달의 금리 인하의 효과 등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가장 주목할 점은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다. 통상 금리가 인하될 경우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게 부동산이다. 투자처를 찾는 자금에서부터 금리 부담 완화로 내 집 장만의 꿈을 키우는 사람까지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여기에 전세 대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분양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건설업계의 재무 부담까지 덜 수 있어 건설경기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금리인하가 집값 상승만 부채질하고 별다른 기대효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다. 자칫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카드가 기업의 투자와 소비 진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주택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대전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우려를 더욱 경계해야만 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온 대전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부터 외지 투자세력이 대거 몰린 데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 따른 `세종 풍선효과`까지 더해져 전국 최고 수준의 집값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는 대전의 집값 상승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달 현재 공동주택 매매 가격 상승세가 반년 가까이 지속 중으로 상승폭 또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인하까지 겹쳐져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장기화된 경기 둔화에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주택 가격만 상승한다면 이야말로 역효과다. 요컨대 금리인하에 따른 주택시장의 추가 상승은 서민 주거안정에는 걸림돌임이 분명하다. 뻔한 월급에 자녀 교육비, 치솟는 물가까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세 시장의 불안정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먼저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덩달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저금리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는 전세 수급에 불균형을 초래해 시장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집 없는 서민들은 더 낮은 보증금의 전세를 찾아 나서거나 월세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어릴 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셋방살이를 전전한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셋방살이의 설움과 고단함을. 내 집 마련의 꿈은 접어두더라도 집 없는 사람들만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와 집값 안정.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다면 당장 대전에 급한 것은 주택 시장의 안정이 아닐까 싶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책 중심에 서울과 수도권, 세종이 자리 잡으며 상대적으로 대전이 지방의 주택시장을 견인하는 도시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무주택 서민에게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에 따라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제여건이 개선될 지도 미지수다. 경기 활성화를 담보할 수 없다면 부동산 시장의 활력보다는 집값 안정에 무게감을 두고 싶다. 더욱이 대전지역은 조정대상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 등의 정량적 지정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대전 부동산 시장에 정부의 처방이 내려질 시점이 된 것이다. 대다수 무주택 서민들은 희망 한다. 집값이 안정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를, 그 보금자리는 대형 주택이나 고급 아파트가 아니어도 된다. 맹태훈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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