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직원복지 강화

롯데쇼핑의 `남성 육아 휴직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지화 롯데마트 노은점 대리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년간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이 대리가 지난 23일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물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롯데쇼핑의 `남성 육아 휴직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지화 롯데마트 노은점 대리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년간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이 대리가 지난 23일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물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직장인들의 `일-가정 양립`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 이유 중 하나로는 `육아부담`을 들 수 있다. 자녀를 보살 피는 시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커지면서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다. 육아휴직이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직장 내 `눈치`가 보여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은 직원들에게 일-가정 양립을 적극 권장하며 직원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 여직원 뿐만 아니라 남직원까지 육아휴직제도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면서, 육아부담을 한껏 줄여주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유통업계 최초로 `남성 자동 육아 휴직제도`를 도입해 자녀 출산 시 남직원들에게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제공한다. 직원들에게도 큰 호응이 잇따르면서 롯데 그룹 내 남성 육아휴직자는 1900여 명으로 2016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남녀 모두 육아휴직 첫 달에는 통상임금 100% 지급으로 정부 지원금과의 차액을 보전해 주고 최대 2년까지 무급휴직을 인정하고 있다. 남직원들의 육아휴직 문턱이 낮아지면서 육아에 대한 부담도 크게 덜게 됐다. 최근까지 살림남 노릇을 해왔던 이지화(41) 롯데마트 노은점 대리를 만나 현실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육아휴직 덕분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대리는 육아휴직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리는 3살과 5살짜리 자녀를 둔 아빠다.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 간 육아휴직을 내고 과감히 집으로 돌아갔다. 맞벌이 부부인 그에게 육아휴직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육아휴직을 썼던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되면서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리는 보육시설에 맡기기 보다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직접 가르치고 싶었다.

배경에는 롯데쇼핑의 남성 자동 육아 휴직제도가 있었다. 마침 그룹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면서 이 대리는 제도를 활용해보고자 생각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어려움은 없었다. 결정에서 휴직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리`에서 `아빠`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이 대리는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활성화되면서 큰 부담은 없었지만 어색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그룹사 차원에서 육아휴직제도를 권고하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불이익은 전혀 없었다. 되려 너무 쉽게 진행돼 놀라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리는 1년 간 회사에선 자리를 비웠지만,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었다. 자녀들의 입맛은 무엇인지, 무슨 놀이를 좋아하는지 등 기존에는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주말에 아이들과 잠깐 놀아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이들과 갖는 시간의 전부였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육아휴직을 통해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대로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작정 살림에 뛰어든 그는 집안일의 고충까지 이해하게 됐다. 육아휴직이 끝난 지금은 아내와 정확히 일을 나눠 살림을 돕고 있다. 도리어 1년 간 배운 주부상식을 뽐내고 있을 정도다.

그는 "살림이 그렇게 힘든지는 처음 알았다. 노동력이 꽤나 필요한 일이었다. 거기에 아이들까지 보려니 처음엔 많이 서툴렀다"며 "이제는 아내와 함께 집안일을 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으면 절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리는 직장 내에서도 이른바 `남직원 육아휴직 전도사`로 불린다. 동료들에게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한편, 동료들 또한 육아휴직을 먼저 다녀온 `육아고수`인 이 대리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이 대리는 "육아휴직으로 좋은 경험을 한 만큼 주위 동료들에게도 추천을 하고 있다. 개인에게도 좋고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측면에서다"라며 "가끔 동료들이 육아부담에 대한 상담을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권장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휴직을 택하라고 조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롯데쇼핑의 남직원 육아휴직제도에 감사함을 표하면서, 이 같은 제도가 모든 직장에서 활성화돼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회사차원에서 육아휴직제도를 권장하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의 행복도 사라졌을 것.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표한다"며 "대한민국 아빠들이 모두 육아휴직을 다녀올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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