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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과학이야기] 입에서 나는 냄새로 질병을 규명하다

2019-10-24기사 편집 2019-10-24 08: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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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은 그동안 식물이나 동물을 보며 연구에 적용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자연을 흉내 내려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인류는 그동안 동·식물을 모사(模寫)해 창의성의 발현이라는 지혜를 얻은 바 많다. 바로 생체모방기술(Biomimetics)이다. 연꽃잎 표면의 특성을 닮은 자동차 유리, 4족 보행을 하는 동물을 흉내 낸 견마형 로봇, 박쥐·벌새·갈매기를 닮은 드론, 거미줄의 원리에 착안한 방탄복, 이외에도 수영복, 센서, 선풍기 등 수도 없이 인간은 자연을 흠모하고 베껴 왔다.

사람들은 특별히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개코'라는 별명을 붙여주곤 한다. 개는 사람에 비해 1만 배 이상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공항에서 마약탐지나 자국의 농산물 지킴이로도 활약한다. 최근 과학자들도 개코를 실험에 적용해 보려 노력 중이다. 바로 개의 코를 이용해 암이나 특정 질환을 미리 알아내는 연구다. 외국 연구진은 2011년 대장암에 적용했다. 정확도도 무려 91%나 일치하는 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도 개의 코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로 '전자코'다. 개의 냄새 맡는 원리를 전자 소자를 이용해 흉내 낸 것이다. 사람 코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연결돼 있다. 연구진은 전자소자를 이용해 사람의 코처럼 '킁킁'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의 호흡 가스가 들어오게 되면 이를 분석해 질병 유무 판단이 가능하게 됐다. 연구진은 우선 폐암에 적용했다. 주로 X선 장비나 CT, MRI 등의 검사법은 방사선 노출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또 비용부담도 크다. 또 이러한 장비를 통해 검사를 받게 된 경우 암의 진행이 빠르게 퍼져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된 적도 많다. 연구진은 전자코 시스템을 만들어 사람의 호흡(날숨)을 이용해 센서에 호흡 가스 성분을 붙여 전기저항을 측정했다. 이를 통해 성분 데이터의 알고리즘 분석으로 폐암 유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미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도 마쳤다. 200회의 분석을 통해 75% 정도의 정확도까지 얻어냈다. 물론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환자 정보를 더 많이 구축해 빅데이터 분석도 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정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나아가 연구진은 위암이나 대장암 등에도 적용해 본다는 계획이다. 또 사람들은 힘든 일이나 운동을 하고 난 뒤에 '입에서 단내가 난다'라는 말을 한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해 힘든 운동 후 호흡도 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단내'가 무엇인지를 잡았다. 단내를 나게 하는 것은 바로 '아세톤' 성분 등이라고 한다. 운동을 하면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아세톤이 배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운동을 두 시간 해도 내가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정확한 운동량측정이 어려웠는데 이를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위와 같은 바이오+ICT 연구를 25년째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자연을 완벽히 흉내 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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