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공급업체인 파니매(Fannie Mae)는 AIOps를 도입, 기술적인 문제를 삼분의 일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니매 직원들은 단순 기술문제로 인한 시간낭비를 줄이면서 본래 해야 할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회사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아메리칸 항공사는 AIOps를 도입해 기술적인 실수를 50% 가량 줄였고, 대표적인 기술기업인 IBM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공급망 관리를 시작했다. IBM은 또 많은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서 공급망 관리 기술에 블록체인을 도입, 관리기술의 안정성 및 정보의 무결성을 보장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기계학습을 이용해 고객들의 정보를 분석한 후 알맞은 금융상품을 제공하거나 예산을 좀 더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월스트리트의 많은 신생 업체들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적극 도입해 포트폴리오 및 리스크 관리를 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까운 미래의 금융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가장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얼마 전부터 본인들을 IT 업체로 규정하고 있기까지 하다.
언급한 세가지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사회 전 분야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티핑포인트는 곧 도래할 것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기술적 한계에서 벗어나 본인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등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비하려면 기술적인 특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각 분야에 충분히 존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모두가 융합교육을 부르짖지만 전술한 세 가지 기술들이 지배할 시대에 필요한 융합 및 새로운 교육을 하고 있는가? 일례로 경영과 기술의 접점에서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는가?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영학부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과목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교수 숫자의 부족과 장기적 안목의 부재로 인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촉발된 대학교육의 위기에 대처하는 여러 논의가 있지만, 첨단에 걸맞는 교육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아직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필자는 조금은 급진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여러 학교들이 팀을 이뤄 단순한 학점 교류가 아닌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공통의 교과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례로 충남대와 카이스트가 손을 잡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대로 된 조인트 프로그램(경영-기술 융합과정, 인문-기술 융합과정 등)을 시행한다면 한국 대학교육의 혁신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교과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함과 동시에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재들을 공급하는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교육부와 대학은 빠른 시일 안에 이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장호규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