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취재2부 기자
문승현 취재2부 기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오역(誤譯)의 논란에도 한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잠언(箴言)으로 이 말을 무겁게 이고 살았다. 출구는 갈구(渴求)에 있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는다는 오랜 격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흔한 레토릭(rhetoric)까지 끌어온 건 지역 경제계 돌아가는 사정이 한심해서다. 기업을 지원하는 최일선 기관 중 하나로 지방중소기업청이 있다. 서울·경기·부산·대구경북·광주전남 중기청과 함께 대전충남·인천·경남·전북·강원·충북·울산중기청 등 모두 12곳이다. 서울부터 광주전남까지는 1급청, 대전충남을 포함한 7개는 2급청이다. 1급청은 고위공무원단, 2급청은 4급공무원(서기관), 대전시청으로 치면 과장이 청장을 맡는다. 같은 기관장이라고 해도 위계가 분명한 공무원 사회에서 고공단 청장과 서기관 청장은 엄격히 구분된다.

1급과 2급청을 나누는 기준은 관할 중소기업 수 등 지역 경제규모다. 2016년 기준 서울(77만개), 경기(80만개), 대구경북(39만개)을 빼면 대전충남(26만개)은 1급청인 광주전남(29만개)과 엇비슷하고 2급청인 인천(17만개), 전북(13만개)을 압도한다. 그런데도 조직 편제의 열쇠를 쥔 행정안전부, 예산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나몰라라다. 고공단 증원 예산 부담, 타 부처와 형평성 등 명분을 내걸어 1급청 승격을 번번이 퇴짜 놓는다. 대전·충남 경제계는 오합지졸과 다름없다. 대전충남중기청 1급청 승격 한 목소리를 내더니 어느 순간 슬그머니 `충남중기청` 신설로 충남이 떨어져 나갔다. 충남도내에선 경제계에 이어 정치행정 영역으로 충남중기청 분리안이 점화되더니 급기야 지난해 8월 지역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종합정책질의에서 충남중기청 신설에 대해 "합리적인 제안이다. 검토하겠다"는 답변까지 받아냈다. 1년이 지나 충남중기청 신설이 정부예산안에 담겨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충남 경제계에는 경사인데 누구도 나서 `환영`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대전은 꿀 먹은 벙어리다. 연말 예산국회를 통과해야 확정되는 것이라고 발뺌할 게 뻔하다. 대전 유일의 종합경제단체라는 대전상공회의소,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대전시, 대전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 당신들은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문승현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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