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물 철거 지시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이라며 "싹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잘못된 일`로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선친인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을 비판하면서까지 시설물 철거를 지시하는 강수를 뒀다. 김 위원장의 지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평화경제를 강조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지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경협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김 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를 밝혔다. 남측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도 했다. 그런데도 금강산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은 지난해 9월 남북정상이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행되지 않은데 대한 불만으로 보여 진다. `철거`라는 초강수를 통해 한국의 이행을 끌어내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남북경협 자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서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언급으로 볼 때 개발을 한다고 해도 한국은 배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금강산 남측 시설물은 현대아산의 소유나 다름없다. 북한과 독점 개발 계약을 체결한 뒤 투자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몰수되거나 철거당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김 위원장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철거하라`고 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과연 남측 시설물 철거를 실행에 옮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정부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앞서 개성공단의 사례가 있었던 만큼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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