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2001년쯤으로 기억된다. 큰아들 녀석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때, 은행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을 할 때였다. 벽지를 새로 도배하며, 발코니창으로 놀이터를 내려다보면서, 몇 년 후 발코니확장을 꿈꾸던 그때가 벌써 20여 년전 일이다.

그때의 말썽장이 아들 둘은 군대를 제대한 복학생 아저씨가 됐으니, 참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 그 후 필자는 이사를 두어 번 더했고 지금은 확장된 아파트에서 발코니가 있는 주택을 꿈꾸며 살고있다.

지금의 우리는 저출산율로 인해 인구감소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구감소는 생산력을 저하 시키고 이는 경제활성화를 갉아먹으며 젊은세대들에게 무거운 등짐을 지어주고 있다. 평생을 모아도 사기 어려운 `집` 과연 집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과거의 집은 중상층에 진입하는 바로미터로 안정과 행복의 상징이었다. 그러던 것이 점차 투자의 개념으로 바뀌어 무형의 가치에서 경제적논리만 남아 있다. 평생을 모아도 살 수 없는 집,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소유하며 안정을 갖던 우리네가 미래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절망으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주택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안고있는 주요대도시에서는 그 대안중 하나로 공유주택에 관심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빈은 전체주택 중 45%가 공공주택으로 이는 한집건너 한집마다 정부지원을 받는 셈인 데, 빈 시민들에게 주택은 소유나 투자의 대상이 아닌 다른 이웃과 공유한다는 생각을 갖는, 시민으로 당연한 권리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지어지면 학교도 권역을 분리하려는 우리네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빈의 공공주택은 시에서 직접 짓고 운영하는 시립주택(gemeinde wohnung)과 시에서 진흥기금을 지원받는 진흥기금주택(geforderte wohnunh)로 나뉜다. 진흥주택의 경우 협동조합을 조직, 건축비의 45%를 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상환기간은 35년, 연1% 이자율이며, 입주민들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오랜 기간을 걸쳐 의견을 공유하며 설계를 진행해 건축한다니 건축사의 눈으로 보면 참 부러운 관계형성이다. 서로 소통하며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시간에 따라 가변성을 가지며 대화의 시간으로 입주민들은 서로를 알아가며 좋은 이웃으로 살아갈 테니, 이처럼 훌륭한 동네만들기가 또 있을까 싶다.

연 소득이 5700만 원이하인 사람들은 공공주택에 입주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고, 사고를 당하거나 나이가 들어 소득이 줄어도 주거를 고민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사회가 청년층과 사회적 취약계층에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우리나라도 공공주택에 대한 관심을 전국적으로 많이 갖고 시행을 시작하고 있지만 공공주택을 저소득층만이 아닌 시장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주거문제로 고민할 주거정책이라 생각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다 하나, 대다수 도시생활자가 주거 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의무비율의 조정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 제정된 `도시의 연대와 재생에 관한 법률`과 2013년 `공공임대주택의 무공급강화를 위한 법률`이 중요 역할을 했듯 우리도 정부차원의 관심과 공공주택에 대한 이미지 제고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토대가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고 인구감소를 억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네 주거의 60%가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는 현 건축사회에서 아침에 문을 열고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아파트 동네만들기가 가능하다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건축사회가 가능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건축물이란 외형의 조형적 모습도 중요하나,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사람들과의 관계형성과 지속가능성이라 생각한다. 우리집 대문을 열고 마음을 나눌 때이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김양희 충남건축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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