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현 취재2부 기자
주재현 취재2부 기자
대전시가 대덕특구를 활용해 `과학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시는 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 20년 동안 굳게 닫혔던 출연연들의 문을 일부 열었다는 데는 성공했다. 특히 시는 `출연연 개방의 날` 프로그램을 통해 페스티벌에 `과학`이라는 색을 덧입히는 데 주력,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출연연이 정말 사이언스 페스티벌에 동참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을 내릴 수 없다. 시는 출연연의 수장들이 모인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연기협)에서 출연연의 동참을 `합의했다`고 설명했지만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한 실무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의 소통방식이 잘못된 거 같다"며 "실무자들과 논의 없이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과 연기협에서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을 따르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시가 출연연을 과학도시 정체성 살리기의 `주체`가 아닌 `도구`로만 인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러한 이유로 출연연 개방의 날 프로그램은 기존 출연연들이 운영하던 견학·탐방을 짜깁기 해놓은 꼴이 됐다. 출연연 개방을 통해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모색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시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행정의 틀에 갇혀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같다.

시의 한 관계자는 "출연연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과학문화의 향유`라는 사이언스 페스티벌의 기본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한 예산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출연연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시는 대덕특구와 출연연을 잘 활용해야만 하는 사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출연연들이 대덕특구 재창조(리노베이션) 사업에 주체로서 참여하고 있다. 시는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내년부터 각 출연연을 견학·탐방하는 대덕특구 통합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시가 지금처럼 출연연을 사업에 단지 `끼워넣기`만 한다면 사이언스 페스티벌이 그랬던 것처럼 좋은 평가만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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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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