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철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정연철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자산 강제 환수 결정에서 비롯된 한일간의 갈등이 무역분쟁으로 이어진 것이 지난 7월이었다. 바로 7월 4일 일본이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8월 28일에는 한국을 수출절차 우대국인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의 일이다.

지방에서 중소기계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는 반드시 일본에게 더 큰 피해로 결과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 취한 무역보복 조치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일본의 보복조치가 나온 지 3개월이 지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지인의 그 예견이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하여는 지난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약 35년간 겪었던 일제 식민통치 시기를 통해 우리의 의식은 상당히 약화되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한국전쟁 이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며 세계 경제의 중심국가로 자리잡은 일본에 대해 경외심을 가진 것도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일본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기술적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 대적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일반적으로 객관적이거나 충분한 근거 또는 증거 없이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미리 갖고 있는 견해를 편견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편견이 개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여질 때 이를 사회적 편견이라고 한다. 특히 일본에 대하여 우리에게는 정신적인 면에서나 기술적인 면에서 일본이 우리 보다 우월할 수 있다는 편견이 부지불식중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정부가 던진 무역보복 조치를 헤쳐가는 과정에서 지난 9일 일본의 최대 의류업체로 `유니클로`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창업자 야나이 타다시 회장의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다. 야나이 회장은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감은 일본인이 열등해진 증거"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일본이 30년 동안 거의 성장하지 않았으며, 국민소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일본은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첨단과학 기술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기업이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고 했다.

다시금 지인의 말을 떠올린다. 일본은 국가는 잘살지만 국민은 못사는 나라로서 반도체 관련 산업에서 부품이나 소재 생산은 반도체 관련 완성체 업계에서 주문이 있어야 기술의 지속적인 유지와 발전이 가능하기에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는 스스로 발등을 찍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하였다.

이쯤에서 일본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일본은 인구가 1억 2,691만 여명으로 우리나라의 5,106만 여명보다 약 2.5배 많다. 그런데 2015년 기준으로 일본의 수출액은 5,725억 달러이고, 우리나라 수출액은 5,268억 달러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 3만 2,481달러로 우리나라의 3만 2,774달러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별히 눈여겨 볼 부분은 국가 부채로 아베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며 급증한 일본의 국가 부채는 2018년 말 기준으로 238%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유럽의 PIGS(포르투칼, 이탈이아, 그리이스, 스페인)의 평균 180%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일본의 국가 재정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음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이 경제적인 면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며, 국민 생활 면에서도 앞선 나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일본의 속사정을 냉철하게 살펴본다면 우리는 이미 일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객관적이거나 충분한 근거나 증거 없이 일본이 우리 보다 우월하다는 사회적 편견은 이제 완전하게 정리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정연철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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