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피 노선 등 매번 유사한 방식 진행… 훈련 효율성 떨어져

최근 학생들의 안전 관리가 중요시되고 있는 가운데 세종 일선학교들의 안전훈련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안전훈련은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대피하는 형식으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민방위 훈련 등에 맞춰 진행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대피, 생존 등 안전 관련 교육이 중요해지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 일선 학교에서는 형식적인 훈련에 그치며 학생들의 안전을 답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세종 A 학교는 안전 훈련을 진행하며 전교생을 1개 출입문으로만 대피하게 하고 B 학교는 담임교사의 참관, 관리 없이 훈련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로 실제 상황에서 혼란을 고려할 때 학생들의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세종지역 대다수 학교들이 재난, 화재 등 상황만 다를 뿐 훈련 방식은 매번 유사하다는 것이 교육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부모 김선주(41)씨는 "안전 훈련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비책으로 교사들의 체계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며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피할 수 있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훈련 부실은 계획과 진행을 맡은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교육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에서는 각 학교에 안전책임관(교감)과 안전 부장교사 등 관련 직책을 맡은 직원이 해당 훈련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총괄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계획은 행정직, 진행은 교사가 맡는 이원화 체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업무에 대한 관심 없이 미루다 보니 훈련의 질이 높아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 18일 시교육청이 진행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관련 연수에도 교장·교감·교사가 101명, 행정직은 128명이 참여했다.

각급 학교의 안전 담당자가 모이도록 한 것이지만 책임자는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행정직은 각급 학교에서 안전 관련 직책조차 갖고 있지 않다.

2017년 세종교육청 노조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세종 75개 교 중 64개 교(85%)가 행정실에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주도했다.

반면, 서울, 경기 등 지역에서는 안전책임관 또는 안전 부장교사가 해당 훈련 등을 총괄해 운영하고 있다.

일선 학교 관계자는 "안전 훈련은 혹시나 모를 불상사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대피하기 위한 요령을 심어주기 위한 것임에도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이 계속 유지된다면 불상사에서 인명피해는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훈련 내실화만 각급 학교에 요구할 뿐, 훈련 과정 등에서는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최교진 교육감은 물론, 정부에서도 안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안전 훈련 내실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임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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