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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충원의 '향나무'는 현충원의 소중한 역사

2019-10-22기사 편집 2019-10-22 08: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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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권율정 제40대 부산지방보훈청장
근래 들어 '보훈의 성지' 이며 국가 최고의 호국공원인 '국립대전현충원' 의 '향나무'에 대하여 제대로 된 사실과 배경, 그것이 지니는 가치보다는 '왜향나무' 정도를 넘어 '이또 향나무' 등으로 지칭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대중의 흥미 유발에 초점을 두는 모습에 나의 공직생활의 전부다시피하고 가장 보람 있게 현충원을 가슴 속에 간직하는 입장에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현충원에 식재된 향나무에 대한 나의 평소 생각을 여과 없이 개진해 보겠다.

첫째로, 현충원의 향나무는 창설 40년을 맞은 현충원과 같은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 완벽하게 조성된 현충원과 달리 당시 척박한 환경에서 창설 선배님들은 빨리 자라는 나무인 속성수를 집중 식재했다. 메타세콰이어를 비롯하여 히말라야 시다, 독일가문비나무, 스트로브 잣나무 등이 대표 수종이다. 그 나무에는 선배님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둘째로, 향나무는 엄동설한과 폭염에도 방패막이와 그늘이 되어 현충원을 묵묵히 지켜 온 너무도 고마운 존재이다.

셋째로, 우리가 강아지든 고양이든 외래종이라고 하여 생물이기에 함부로 살상하지 못한다. 말이 없는 나무라고 순식간의 판단으로 벌목한다면 그 또한 살상을 가하는 것과 동일하다.

넷째로, 그 향나무가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참고로 현충원의 25만여 나무 가운데 '향나무'가 400여 그루 정도로 불과 0.2%에 불과하다.

다섯째로, 향나무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주장하는데 전문학자들의 의견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설령 일본산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토양에 자란 나무는 일본 것이 아닌 '대한민국' 것이고, 특히 현충원의 나무는 소중한 국가재산이자 역사이다.

여섯째로, 지금 그런 종류의 향나무는 우리나라에 족히 수백만 그루를 넘어 수천만 그루가 될지도 모른다. 향나무 제거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수십 그루 이상 식재되어 있는지 모른다.

일곱째로, 향나무는 국가재산인데 이러한 주장에 벌목하고 그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식재한다면 비용도 몇 억을 넘어 십 수억이 될지 모른다. 예산 낭비의 표본이다.

여덟째로, 일부에서는 서울현충원이 같은 종류의 향나무를 벌목하였으니 대전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서울 현충원의 그런 행태에 역사의식도 없다고 당시 원장 등에게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하였다. 보훈의 가치를 새겨서 역사에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아홉째로, 역지사지 입장에서 일본이든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반감으로 '한국 고유 수종이기에 벌목한다' 하면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보겠는가. 위대하게 보기 보다는 옹졸하거나 졸렬하게 볼 것이다.

열째로, 우리가 일본의 과거 만행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진정성이 결여된 점을 자주 독일의 과거사 반성과 비교한다. 과연 유럽 어느 나라가 독일산 나무에 대해서 독일 나찌 만행과 연계하여 벌목하는 일은 내가 부족한지 몰라도 들어 본 일이 없다.

국립대전현충원의 향나무를 제거하자고 주장하는 근본 바탕에는 아마도 일본식 이름인 '가이즈카' 에 있다고 본다. 비록 학술명칭은 변동이 어렵더라도 우리가 부르는 통상 이름은 얼마든지 개명이 가능하다. 그 향나무에 일본 이름을 붙여서 거부감을 갖고 있느니, '관상 향나무' '조경 향나무' 등 적절한 우리말로 한다면 그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나 역시 현충원에 있을 때 '가이즈카' 에 대한 거부감으로 통상 '향나무' 라고 불렀다.

자연의 일부인 나무에 단죄를 내리는 식의 감정적 접근은 아무리 보아도 아니다. 일본을 이기는 길은 우리가 '경제력, 정신력' 등 실력과 능력으로 제압해야 한다.

현충원의 향나무를 나무 자체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40년 넘게 현충원을 지켜 오면서 수없는 혜택을 베풀어 준 그 사랑스러운 나무는 현충원의 살아있는 역사다. 역사에 죄를 범하지 말자.권율정 부산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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